서구권에서나 동양에서나 ‘아이는 가정의 거울’이라는 말은 일종의 공식으로 통한다. 아이의 문제를 다룰 때는 부모의 심리상태와 양육방식을 먼저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아이의 행동을 보면 그 가정의 문제를 알 가능성이 높다. 아이가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밝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이 책에 그 답이 있다.
지난 40년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힌 육아서인 ‘아이는 무엇으로 자라는가(원제: The New peoplemaking)’가 국내에서 재출간됐다. 세계적 가족 심리학자인 버지니아 사티어가 쓴 이 책은 1988년에 첫 출간된 이후 전 세계 15개국에 번역 출간됐으며, 40년 넘게 아마존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지킨 자녀교육 바이블이다.
책의 첫 장을 읽다보면, 처음에는 ‘육아’의 초점을 맞춘 내용이라고 오인하기 쉽다. 하지만 책의 중반부를 넘기다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책은 가족을 이루는 가장 기본 단위인 ‘나’로부터 시작해서 부부의 연애와 결혼 과정, 아이가 태어난 후 환경 변화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법, 자녀의 사춘기와 성교육, 가족 경영 방식과 노년기의 인생 목표 등에 대해서도 전반적으로 다룬다. 육아를 잘 하기 위해서는 결국 기본 요소가 잘 갖춰져야 한다는 게 저자 생각이다. 뿌리가 단단하고 튼튼한 나무가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말은 가족의 행복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 책에서는 부부 사이가 아이의 정서와 인간관계를 결정할 핵심이라는 점을 짚어준다. 저자는 “문제 있는 아이 뒤엔 문제 있는 가정이 있다”고 말한다. 만약 아이가 자기감정 표현에 소극적이고 친구와 잘 어울리고 싶어도 먼저 다가가지 못하며, 작은 일에도 크게 스트레스를 크게 받는다면 ‘부부 사이’부터 점검해 봐야 한다. 저자는 많은 가족 상담을 하며,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10대 청소년들의 상당수는 “나의 부모님은 어떻게 부부가 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고 말한다. 부부 관계가 화목하지 않은 가정들에서 자란 자녀의 정서는 늘 불안정하고 우울하다.
저자는 수많은 양육법 속에서 가장 우선 돼야 할 ‘본질’은 결국 부부의 화목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좋은 부모가 되기 전에, 좋은 부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는 부모가 보지 않을 때도 늘 부모를 관찰하고 그 행동을 배우는 존재다. 바른 양육의 길은 이러한 것을 인지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저자는 “아이는 부모라는 생의 가장 큰 손님이라는 관점에서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가족의 회복을 위한 방법론도 제시한다. 이를 위해 형편없는 의사소통의 회복 방법, 역할극을 통한 잘못된 소통 방식 교정, 새로운 가족의 규칙 정비 등을 소개한다. 그러면서도 인생의 중요한 고민인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이 책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나이나 상황에 관계없이 누구든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낮은 자존감은 학습된 것일 수 있다. 사람은 언제든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인생은 변화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언제나 희망이 있다는 사실이다. 가족의 회복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 목차인 ‘노년기’에 대해 다루면서, 이 시기가 마지막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점이라는 점을 알려준다. 좋은 와인처럼, 나이가 들수록 지혜가 쌓이기 마련이다. 이 책을 통해 나 자신과, 가족의 회복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버지니아 사티어 지음|강유리 옮김|포레스트북스|256쪽|1만7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