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의 지난 10년은 “안 될 거야”라고 말하는 수많은 내외부 벽과 마주하는 과정이라고 저자는 서술했다. 간편송금서비스를 시작할 때, 증권사 라이센스를 받으려 할 때, 인터넷은행에 도전할 때, “저게 되겠어?”란 말들이 토스를 둘러쌌다. 저자는 유난히도 많은 도전을 겪은 토스의 10년을 담은 책의 제목은 ‘유난한 도전’이라고 지었다.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의 대표 이승건이 창업을 시작하게 된 것은 죽음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공중보건의 시절 이승건은 ‘죽음을 두려워하여 마음과 직관을 따라가라’는 스티브 잡스의 연설을 듣는다. 그 말은 이승건에게 깊이 가닿았고 창업의 계기가 됐다. 그렇게 이승건은 2013년 4월 이태양, 박광수, 김민주 등 개발자와 함께 비바리퍼블리카라는 법인을 세웠다. 큰 꿈을 갖고 창업에 뛰어들었지만 기다리는 건 수많은 실패였다. 모바일 SNS, 온라인 투표 앱 등 토스 이전 여덟 번이나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모두 빛을 보지 못했다.
오늘날 토스를 만들어준 간편결제시스템의 탄생은 “왜 이래선 안 돼?”라는 의구심부터였다. 이승건은 세 명의 팀원에게 월급을 보낸 때 각종 보안 프로그램 설치, 휴대폰 본인인증, 공인인증서 발급과 재발급 과정을 거치는 것이 불편했다.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시대에 송금과 결제 시스템에만 변화가 없었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의구심과 함께 ‘또 실패하면 어때’란 용기가 실행의 원동력이 됐다.
변화는 서서히 일어났다. SC제일은행이 최초로 펌뱅킹을 허락해주며 2014년 3월 간편송금서비스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 아이디어는 두 달 만에 폐지됐다. 은행이 아니면 송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음해 금융당국은 토스 서비스를 사실상 허용하는 유권해석을 내렸고 토스는 서비스를 재개할 수 있었다. 토스는 은행들을 찾아다니며 출금 이체 펌뱅킹망을 열어 다녔다. 국책은행과 지방은행, 주요 시중은행이 토스에 펌뱅킹망을 열어주기까지 3년이 걸렸다.
토스팀은 토스를 간편결제시스템에서 나아가 종합금융 플랫폼으로 만들고자 결심한다. 송금시스템으로 은행에 펌뱅킹망 이용 수수료를 제공하면 수익 모델이 창출되지 않았다. 그 과정에도 수많은 실패가 있었다. 신파일러를 위해 출범한 소액대출 서비스 ‘토스대부’라는 루머로 얼마 가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또 대출 비교 서비스는 미흡한 법령 해석으로 출시 직전 폐기됐다. 증권업 진출을 위한 투자중개사 인수 실패,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과정에서는 예비인가 심사에서 탈락했다.
토스는 무수한 실패를 딛고도 국내 핀테크사 최초 1호 유니콘 회사가 됐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성장통도 있었다. 네 명에서 시작한 토스는 1000명이 넘어가는 직원들이 근무하는 기업이 됐다. 당시 토스팀은 모든 의사결정은 CEO, CFO, COO 등으로 대표되는 C레벨이 하며 일의 효율성을 높여왔다. 소수의 윗사람이 의사결정하고 많은 이들이 그것을 실행에 옮기기만 했다. 이승건이 회사 내 대표로서 직원들 내 권력 관계가 생기고 초창기 멤버가 회사를 나갔다.
상황을 파악한 이승건은 문제해결에 나선다. 이승건은 수평적 조직으로서의 전환을 위해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한다. ‘이승건 대표’로 상징되던 매니지먼트 팀을 없애고, C레벨을 없앤다. 대신 최종의사결정권은 하급자를 포함한 실무자에게 제공했다. 이승건의 유능한 개인을 채용하고 끝없이 신뢰한다는 전제조건만을 내건다. 토스는 어떤 일은 하든 속도가 중요한 요소지만 관점이 바꾼다. 효율성과 속도 이전에 튼튼한 인프라를 만들기 위한 자원을 집중시켰다.
책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이승건 대표는 “처음부터 금융을 혁신하겠다, 기업문화를 혁신하겠다고 다짐한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대신 “완전히 바닥까지 파내려가서 가장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제품을, 조직을, 미래를 쌓아가고 싶었다”고 서술했다. 실패한 용기를 가지고 끝없이 변화한 끝에 토스는 ‘세상에 없던 금융, 방식, 조직문화’를 만들어냈다.
정경화 지음ㅣ북스톤ㅣ336쪽ㅣ1만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