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창사 이래 첫 외부 출신 사장이 쓴 경영서. 저자는 1567억원 적자였던 HD현대일렉트릭을 2020년부터 흑자로 전환시켰고 대표이사 3연임에도 성공했다.
공무원 출신인 그는 어떻게 변압기, 차단기 등 중전기 장비를 다루는 회사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을까.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하모나이저(Harmonizer)'다. 이제 기업에서 '나를 따르라'는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각자의 위치에서 보내는 신호가 모여야 조직이 방향을 잡는다.
티맵과 같은 내비게이션이 운전자들이 보내는 실시간 정보가 없으면 길을 잃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는 경영진 회의를 전 직원에게 공개했고, MZ세대가 임원을 역멘토링하는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유튜브 생중계로 열린 'HE 컨퍼런스 데이'는 조직 혁신의 또 다른 무대였다.
그는 한두 달에 한 번 직접 공장을 찾아 앞치마를 두르고 빵과 커피를 나눴다. 금전적 보상이 주지 못하는 마음의 선물은 조직원의 자존감을 높인다.
부서마다 문화 전담관(CA, Change Agent)도 두었다. 인사팀이 놓치는 직원들의 밑바닥 정서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사실 외부 컨설팅사의 조직 혁신 프로그램인 'DNA(Do it Now, Action!)'를 도입했을 때, 조직의 첫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외부에서 온 사장이 원가 절감 운동을 한다는 시선이 많았다.
사장이 직접 나서서 해외 선진 제품을 분해해 책상 위에 올려놓고 직원들과 격의없이 토론하니 물꼬가 트였다. 임직원이 직접 개선 과제를 발굴하고 회사는 보상으로 응답했다.
그는 말한다. 조화는 착한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훈련된 감각과 반복된 실패 속에서 축적되는 것이라고.
지배하는 대신 조율하고, 지시하는 대신 감응하며, 명령하는 대신 설계하는 리더십 훈련을 하라. 팀은 살아 움직이고 조직은 지속가능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