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 새로운 사람, 시작."

지난 7일 닻을 올린 채널A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하트페어링'의 소개 문구다. 결혼을 꿈꾸는 6인의 남녀가 이탈리아 피렌체에 위치한 '페어링 하우스'에 입소, 여행을 통해 인연을 찾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해당 프로그램은 프롤로그 영상이 공개 2주 만에 유튜브 조회수 150만회를 돌파, 첫 방송 영상 역시 3일 만에 32만회를 돌파하며 화제성을 입증했다.

지난 2월 공개된 하트페어링 예고편 영상 일부. /유튜브 캡처

일반인 출연자들이 짝을 찾는 기존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여행 콘텐츠를 합친 '여행 연프(연애 프로그램)'가 속속 제작되고 있다. 합숙을 통해 마음에 맞는 상대를 찾는 기존 포맷에 국내외 여행을 떠나는 내용이 가미된 게 특징. 낯선 환경에서 서로를 탐색하는 출연자들을 지켜보는 게 시청의 묘미다.

본래 연애 프로그램에서 여행은 낯선 소재가 아니었다.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말미에 단기 여행 일정을 배치, 최종 선택을 앞둔 출연자들이 함께 여행하며 서로를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 촬영 마지막 주차에 부산, 여수 등 국내 여행 데이트를 진행한 '하트시그널', 제주도 단체 여행을 진행한 '환승연애'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부 회차를 넘어 프로그램 형식 자체에 여행을 주된 테마로 설정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방영 중인 ENA와 SBS Plus의 '지지고 볶는 여행'도 해당 사례 중 하나다. 인기 연프 '나는솔로'와 '나는 솔로, 그 후 사랑은 계속된다'의 스핀오프(Spin-off·번외작)로 기존 프로그램에서 화제를 모은 남녀 출연자들이 체코 프라하에서 재회, 단체 여행을 떠난다. 티빙 오리지널 '환승연애, 또 다른 시작' 또한 출연자들이 제주도를 여행하며 쌓는 관계를 그린다.

이처럼 여행 연프가 줄지어 제작되는 이유로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중심으로 과열된 연애 프로그램 시장이 지목된다.

2010년대 초 인기를 끈 SBS '짝' 이후 2018년 채널A '하트시그널2' 흥행을 계기로 비슷한 형식의 연애 프로그램들이 연달아 만들어졌다. 넷플릭스 '솔로지옥', 디즈니플러스 '핑크라이', MBN '돌싱글즈' 등 각 방송사와 OTT별 연애 프로그램이 제작됐다. 남매가 함께 입소하거나(JTBC·Wavve '연애남매') 무당을 대상으로 진행하는(SBS '신들린 연애') 프로그램 등 레드오션 속 차별화를 꾀하는 사례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애와 여행을 합친 포맷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차별화를 시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행 프로그램 장르 특성상 고정된 시청층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3년 국내 최초 시니어 여행 장르를 개척한 tvN '꽃보다 할배'부터 지난해 방영된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까지 여행 예능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시리즈물로 제작되는 등 예능 홍수 속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거둔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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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연애 프로그램과 여행 프로그램을 두루 시청하는 김모(30)씨는 "두 프로그램 모두 시청자에게 대리만족감을 준다는 점에서 즐겨 보는 것 같다"며 "감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두 장르가 합쳐졌다는 점에서 여행 연프 또한 흥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작자 입장에서도 여행 연프는 주된 시청층을 만족시키면서 서사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보통 연애 프로그램 장르의 주 시청층은 낮은 연령대의 여성"이라며 "여행을 접목한 연애 프로그램은 낭만적 여행에 관심을 가진 시청자의 코드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예능이라는 장르 안에서도 스토리가 만들어지는데 여행지를 배경으로 하면 스토리텔링이 쉬워진다"며 "고정된 공간에서 촬영하는 것보다 다양한 상황을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