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투자자들 사이에선 '증시가 하락 출발하면 아침에 사서 오후에 팔아라'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반복해서 제기되는 인공지능(AI) 과열론과 미 국채 금리 상승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되더라도 장중 기타법인 자금이 유입돼 지수가 낙폭을 크게 줄이거나 상승 반등하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단기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제법 쏠쏠한 수익을 낼 수 있는 '공식'처럼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이 같은 흐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난 8월 잇따라 대규모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한 이후 굳어졌다.

지난 8월 2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주가가 표시돼있다./연합뉴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8월 21일 11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을 발표하면서 임직원에게 줄 보상용으로 자사주 15조원 규모를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도 4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 뒤 전량 소각하겠다고 발표했다.

주주환원 방식과 규모에 대한 투자자들의 평가는 다소 엇갈렸지만, 어쨌든 이들 기업은 지난달 하순부터 자사주 매입을 시작했다. 덕분에 그동안에는 중요한 수급 주체가 아니었던 기타법인이 눈에 띄는 매수세를 보여주고 있다.

기타법인이 본격적인 주식 매수에 나선 것은 지난 8월 20일부터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이 기간(8월 20~31일 누적) 외국인은 7조원, 기관은 1조7000억원 순매도했지만, 기타법인은 11조7000억원 순매수했다.

덕분에 해당 8거래일 중 5거래일, 하락 출발한 코스피 지수가 낙폭을 크게 줄이거나 반등에 성공해 상승 마감했다.

삼성증권(016360)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체 매입 예정금액 대비 하루 2~3% 속도로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

권범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두 기업이 현재 속도대로 자사주 매입을 지속한다면 최소 한 달 반 동안 기타법인 순매수 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라며 "순매수 주체가 기존 개인에서 기타 법인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소한 9월 한 달 동안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기계적인 주식 매수를 지속하면서 든든하게 하방을 받쳐줄 수 있다는 의미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8월 20~28일 자사주 10조3000억원을 취득했고 44조7000억조원 남았다"며 "코스피 지수의 변동성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유발한 부담이 낮아지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추진하는) 확정 매수가 외국인 공백을 메우며 하단을 만든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두 기업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 영원한 증시 버팀목이 되진 않는다는 점이다. 한 달여 뒤 이들이 계획한 자사주 매입이 마무리된 후, 외국인이나 기관 등 적극적인 매수 주체가 새로 나타나지 않을 경우 증시가 또 조정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