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시장 기대를 다소 웃도는 실적을 내놓았다. 고대역폭메모리(HBM) 가격 상승에도 높은 수익성을 유지했고 다음 분기 매출 전망도 예상보다 높았다.
다만 중국 매출과 차세대 플랫폼 공급 일정 등 향후 실적을 좌우할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다.
엔비디아는 26일(현지시각) 2027회계연도 2분기 매출이 962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보다 106% 증가한 역대 최대 규모로, 금융정보업체 LSEG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921억7000만달러를 약 4.4% 웃돌았다.
조정 주당순이익(EPS)도 2.22달러로 예상치 2.10달러를 넘어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투자자들이 특히 주목할 만한 데이터센터 매출은 890억2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117% 급증했다. 엔비디아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이번 실적에서 국내 반도체주에 가장 중요한 숫자 중 하나는 75.0%의 매출총이익률이다. HBM과 서버용 D램 등 메모리 가격이 오르면서 엔비디아의 원가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직전 분기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부품 가격 상승에도 엔비디아가 높은 가격으로 AI 칩을 판매할 만큼 수요가 견조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HBM 가격 상승이 AI 서버 수요를 꺾을 정도로 부담이 아니라는 점이 긍정적이다.
앞서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실적 발표 전 "엔비디아는 최근 4분기 연속 실적 서프라이즈에도 매도세가 발생했다"며 "좋은 실적보다는 젠슨 황의 발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메모리와 부품 가격 상승을 언급하며 "매출 증가에도 이익률 하락은 부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2분기까지는 이런 우려가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엔비디아가 제시한 3분기 매출총이익률은 74.0%±0.5%포인트로 2분기보다 낮아졌다. 메모리 가격 상승이 앞으로 엔비디아 수익성에 어느 정도 부담을 줄지는 국내 메모리 업체의 가격 협상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이기도 하다.
향후 매출 전망도 시장 눈높이를 넘어섰다. 엔비디아는 3분기 매출을 1080억달러±2%로 예상했다. 중간값 기준 시장 전망치 1052억달러보다 약 2.7% 높다. 당장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급격히 둔화할 가능성은 낮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도 "AI는 변곡점에 도달했다"며 "수요는 가속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콜렛 크레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28회계연도 매출이 약 7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26일 정규장에서 하락했던 엔비디아 주가는 이 발언 이후 시간외 거래에서 상승 전환해 3% 넘게 올랐다.
다만 부담 요인도 남아 있다. 대표적인 게 중국 사업이다. 엔비디아는 3분기 매출 전망에 중국 데이터센터 매출을 반영하지 않았다. 중국에 출하하는 구형 호퍼 제품이 수익성을 낮추는 데다, 대중국 반도체 판매 시 미국 정부에 매출의 25%를 납부해야 하는 점도 부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차세대 AI 플랫폼인 베라 루빈의 공급 일정도 중요하다. 김 연구원은 "차세대 제품인 베라 루빈의 양산 속도와 공급 확대가 계획대로 진행되는지 여부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메모리 공급 부족으로 생산이 늦어지거나 탑재량이 줄어드는 경우, HBM4 공급을 준비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직접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최근 불거진 '순환금융' 논란에 대한 젠슨 황 CEO의 평가도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 엔비디아가 AI 기업이나 데이터센터 투자에 자금을 대고 이 돈이 다시 엔비디아 칩 구매로 이어지면서 실제 수요가 부풀려졌다는 지적이다.
이번 실적에서는 강한 성장세가 확인됐지만 고객사의 AI 사업 수익화와 내년 이후 설비투자가 얼마나 이어질지는 별개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