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코스닥 투자자들은 계좌를 열 때마다 한숨이 깊었다. 지수가 640선까지 내려앉아 연중 최저점을 새로 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달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코스피 지수가 6200선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사이 코스닥 지수는 3일 720선에서 6거래일 만에 850선까지 오르며 130여포인트 뛰었다. 지난주 사상 처음 3거래일 연속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된 데 이어 10일에도 다시 매수 사이드카가 나왔다.
대형 반도체주로 쏠렸던 수급이 분산되면서 그동안 소외됐던 코스닥에도 온기가 퍼질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반등은 얼마나 이어질 수 있을까. 과거 코스닥이 코스피보다 뚜렷하게 강했던 시기를 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 2004·2018·2023년…코스닥이 코스피를 이긴 조건
2004년, 2018년, 2023년은 코스닥이 코스피보다 두드러진 성과를 냈던 대표적인 시기다. 이때 시장 환경은 달랐지만 풍부한 유동성, 기존 코스피 주도주의 힘이 약해진 시점, 코스닥 활성화 정책, 새로운 주도 산업의 등장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2004년 말에는 닷컴버블 붕괴와 카드채 사태의 후유증을 겪던 코스닥이 반등했다. 진입 요건 완화와 벤처캐피털·모태펀드 확충 등을 담은 활성화 대책이 나왔고, 줄기세포를 중심으로 한 바이오와 엔터테인먼트주가 주도주로 떠올랐다. 적립식펀드 열풍으로 유동성이 늘어난 것도 힘을 보탰다.
2018년에는 2017년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코스피가 먼저 크게 오른 뒤 코스닥벤처펀드 소득공제,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확대, 테슬라 요건 확대 등 활성화 정책이 뒤따랐다. 2023년에는 금리 인상 종료 기대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전기차 시장 성장 기대가 맞물리며 이차전지주가 코스닥 랠리를 이끌었다.
결국 정책만으로 지수가 오래 오르지는 않았다. 실제 이익을 낼 수 있는 새로운 산업이 함께 등장했을 때 상승세가 길어졌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시장은 주도주 랠리 이후의 순환매, 부실기업 퇴출 및 강한 활성화 정책 시행 의지, 로봇·바이오 등 새로운 주도 테마 등장 등 여러 조건이 동시에 충족됐을 때 강세를 보였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활성화 정책의 경우, 계획 발표보다 시행될 때 시장에 더 강한 영향을 줬던 만큼, 정책이 본격 시행되기 전에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을 미리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 다음 촉매는 '승강제'…누가 프리미엄 리그로 갈까
투자자들이 눈여겨볼 정책 변수는 '코스닥 승강제'다. 코스닥 상장사를 일정 기준에 따라 프리미엄·스탠다드·관리군 등으로 나누는 방안으로, 오는 9~10월 기준안이 공개되고 2027년 1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아직 구체적인 편입 기준은 확정되지 않았다. 미래에셋증권(006800)은 코스피200·코스닥150 구성 기준과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 등을 토대로 프리미엄 그룹 편입 조건을 추정했다. 투자주의·관리종목이나 거래정지 기업 등을 제외한 뒤 시가총액과 거래 유동성, 자본 규모를 보고, 최근 2개년 영업이익과 자기자본이익률(ROE), 지배구조 등급 등을 추가로 따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프리미엄 그룹은 70~80곳 안팎으로 추려질 것으로 미래에셋증권은 봤다. 단순히 덩치가 큰 기업이 아니라 실적과 지배구조까지 갖춘 기업이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미래에셋증권 분석에 따르면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20% 기업 가운데 최근 2년 연속 영업이익이 늘어난 기업은 약 132곳이다.
승강제가 관심을 받는 이유는 등급을 나누는 데 그치지 않을 수 있어서다. 향후 상위 그룹과 연계한 지수나 상장지수펀드(ETF)가 만들어지고 기금 등 기관 자금이 유입되면 편입 기업에는 실제 수급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