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내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 0.8배법, 이른바 '주가누르기 방지법' 추진에 대한 논의가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 법안이 통과되면 대주주가 세액이 결정된 이후에도 주가를 끌어올릴 유인이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주가누르기 방지법, PBR 0.8배법 등으로 불리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 개정 추진 상황을 공개했다. 이 의원은 "7월 중에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위원장과 간사를 만나 법안에 힘을 실어줄 것을 요청하고 법 통과 전략을 의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행법에는 상속세나 증여세가 부과되는 상장사의 가치를 평가할 때 상속 개시일이나 증여일 전후 2개월의 평균 시세를 활용한다. 이 경우 최근 주가가 높으면 세금 부담이 커진다. 상속이나 증여할 때 주가가 낮은 게 더 유리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상장사의 시가총액이 순자산가치의 80%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자산가치와 수익가치 등을 고려해 기업가치를 평가하되 하한선을 순자산가치의 80%로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렇게 되면 상속세나 증여세 과세표준이 되는 상장사의 가치가 주가가 아니라 순자산가치가 되기 때문에 주가를 낮게 유지할 유인이 약해지게 된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해당 법이 발의되면 PBR이 0.8배가 되는 수준까지는 주가를 끌어올릴 유인이 생긴다"라며 "어차피 기업 순자산가치의 80%에 대해 세금이 매겨진다면 대주주 측은 주가를 억눌러 산출되는 세금을 낮출 필요가 없어지게 되고 오히려 소유한 주식의 시세가 올라야 보유 주식 가치가 늘어나 이득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세액이 확정된 후에 PBR 0.8배법의 효력은 어떻게 될까. 엄 연구원은 우리나라 상속 환경을 고려했을 때 이 법안이 도입되면 대주주 측이 계속해서 주가를 높게 유지해야 할 유인이 유지될 것이라 봤다.
우선 우리나라에는 일정 요건이 성립되면 상속세와 증여세를 장기간에 걸쳐 분할해 납부하는 연부연납 제도가 있다. 여기에 엄 연구원은 국내에서 상속세나 증여세를 납부할 때 배당보다는 주식담보대출이나 지분 일부 매각이 선호된다고 분석한다.
주식담보대출의 경우 대출 실행 시점의 주가가 높을수록 더 많은 대출금을 받을 수 있고 추후 주가가 하락하면 반대매매 위험이 있기 때문에 대출을 받고 난 후에도 주가를 관리할 유인이 있다.
또 지분을 일부 매각하게 되더라도 주가가 높은 수준이어야 더 많은 매매 대금을 수령할 수 있다. 당연히 높은 주가를 유지하고자 하는 유인이 계속된다는 분석이다.
엄 연구원은 "PBR 0.8배법에 따라 상증세법이 개정되면 과세표준이 많게는 몇 배 높아져 납부해야 할 세액도 증가한다"며 "납세 의무자가 신청하는 연부연납 기간이 대개 늘어날 것이고, 연부연납 기간동안 주가를 상승시키거나 하락을 방지할 유인도 개정안 통과 이전보다 극대화 되는 효과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PBR 0.8배법이 통과되면 어떤 기업이 수혜를 보게 될까. 엄 연구원은 PBR이 저조할만한 뚜렷한 원인이 없는데도 PBR이 장기간 0.8 미만에 머물러왔던 기업들을 주목하라고 했다.
이런 기업들은 대주주 측이 주가 상승을 의도적으로 억제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개정안 통과 시 유의미한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