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가쁘게 오르던 국내 증시가 잠시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코스피 지수를 견인하던 엔진 반도체주가 숨 고르기에 들어간 영향이 크다.
투자자들은 '넥스트 반도체' 업종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특히 업종 순환매가 전개될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크다. 강세장에서 주도주가 조정을 받을 때 투자 자금이 다른 업종으로 향하면서 그동안 오르지 못한 종목이 상승하는 경우가 많았다. 증권가에서는 이같은 순환매가 기존 주도주의 이익 지속성이 유지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찾아올 것이라고 봤다.
투자자들이 순환매를 기대하는 이유는 우리 증시의 주도업종 교체 주기가 다른 주요국 증시보다 짧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은 제조업과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어 자연스럽게 증시 역시 글로벌 경기와 투자 사이클 변화에 가장 민감한 업종이 시장의 중심에 선다. 특정 산업이 수십 년 동안 시장을 지배하는 구조가 아니라 해당 시점에서 가장 높은 이익 탄력성과 성장성을 보유한 업종으로 시장의 관심이 빠르게 이동하는 시장이라는 의미다.
신영증권(001720)은 순환매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것에 대해 "소수 종목으로의 쏠림 자체보다 빠른 주도업종 교체를 반복적으로 경험해 온 투자자들의 학습효과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시기별 주도주를 살펴보면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1999년~2000년 닷컴 버블 시대에는 IT·인터넷 기업들이 시장을 지배했다. 2004~2007년에는 조선·철강·화학 회사들이, 2009~2011년에는 자동차·화학·정유, 2020년~2021년에는 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BBIG) 회사가, 2022년부터 2023년은 이차전지, 가장 최근인 2024년부터 2025년은 조선·방산·원자력 등 산업재 관련주가 주목받았다.
이상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반도체 쏠림 강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이번 사이클이 본격화된 것은 불과 1년 남짓에 불과하다"면서 "한국 증시는 어느 한 업종이 무대를 독점하는 구조가 아니라 그 시대의 글로벌 수요와 이익 사이클을 가장 직접적으로 체화한 업종들이 주기적으로 바통을 이어받는 릴레이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정말 본격적인 순환매장이 연출될까. 증권가는 현재 반도체주에 쏠림이 있는 것은 명백하지만 글로벌 산업 변화의 중심에서 반도체주가 이익 모멘텀(상승 동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고 분석한다.
이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이 범용재 사이클인지 여부에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 연구원은 "메모리 역시 범용재라는 본질에서 출발했지만, 과점 구조와 고대역폭메모리(HBM)의 맞춤형·고마진 특성은 과거 철강·화학·조선이 갖지 못한 이익 방어력을 의미할 수 있다"면서 "만약 반도체가 이 차별화를 통해 이익의 지속성을 입증한다면 한국 증시에 오래 적용돼온 할인은 좁혀질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만약 메모리 반도체가 공급 사이클에서 차별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과거와 같이 주도주가 바뀌는 현상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7월에는 국내 반도체 업종의 모멘텀이 지속될 지 확인할 수 있는 이벤트가 여럿 대기 중이다. 7월 7일 전후 삼성전자의 2분기 잠정실적 발표가 예상되고 있고, 7월 10일에는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의 나스닥 상장이 이뤄진다. 정부의 '3대 메가 프로젝트'의 세부 내용 역시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