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이후 국내 건설주가 중동 재건사업 수혜 기대를 업고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전쟁으로 훼손된 에너지 인프라 복구 과정에서 국내 건설사들이 대규모 수주를 따낼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어서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아직 최종 종전까지 협상 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재건 기대만으로 섣불리 접근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대우건설(047040)은 전 거래일 대비 2.59% 오른 2만1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5% 가까이 하락하기도 했지만 이후 낙폭을 모두 만회하며 상승 전환했다. 삼성E&A와 GS건설, DL이앤씨 등 주요 건설주도 장 초반 약세를 딛고 일제히 반등에 성공했다.
시장의 시선은 다시 중동으로 향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완전히 무산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 확인되면서 재건사업 기대가 살아난 영향이다. 협상 과정에서 이란 협상단이 회담장을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긴장감이 커졌지만, 이후 양측이 호르무즈 해협 안전 통항 문제와 관련해 일정 부분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투자심리가 빠르게 회복됐다.
건설주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대목은 전쟁 이후 재건시장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이번 전쟁으로 훼손된 주요 에너지 자산 복구 규모는 최대 580억달러(약 88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손상된 플랜트 가운데 일부는 과거 국내 건설사들이 직접 시공했던 시설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현대건설(000720), 삼성E&A, DL이앤씨 등이 재건사업 과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재건 특수가 실제 수주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최종적으로 종전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기에 적극적으로 재건주를 매수해야 하는 시점은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확실한 종전 후 매수해도 늦지 않다"고 밝혔다.
미국과 이란은 종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상태지만 향후 약 60일 동안 세부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제재 완화와 동결 자산 해제, 핵 협상 등 민감한 사안이 남은 만큼 협상 과정에서 길어질 가능성도 크다.
실제로 협상 과정에서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 미국의 추가 위협, 이란 대표단의 회담장 이탈 소식 등이 잇따르며 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재건사업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종전뿐 아니라 대이란 제재 해제도 선행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선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란 재건사업은 제재 해제가 중요하다"며 "현재 휴전 단계에서 한시적 제재 유예, 동결 자산 일부 해제, 60일 핵협상, 최종합의 후 단계적 해제로 가는 구조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 입장에선 해외자산통제국(OFAC) 공식 일반허가, 은행·보험사 내부 컴플라이언스 승인 등도 필요한 만큼 내년 이후에나 본격화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결국 투자자 입장에서는 '재건 수혜 기대'와 '실제 수주까지 남은 시간'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중동 재건이라는 큰 방향성은 유효하지만, 당장 실적으로 연결되기까지는 협상 진전과 제재 해제 여부가 보다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