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선도지구 공모를 앞둔 경기 성남시 분당 재건축 단지에서 전자 동의서의 법적 효력을 둘러싼 혼선이 벌어졌다. 성남시가 문자메시지(SMS) 인증 방식으로 받은 전자 동의서는 효력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공지를 내면서 일부 단지의 동의서가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논란이 확산하자 성남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유권해석을 요청했고, 과기정통부가 해당 방식도 전자서명법상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하면서 시는 다시 효력을 인정했다.
21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성남시 신도시정비과는 최근 '통신사나 대행업체가 제공하는 문자메시지(SMS)를 통한 본인 확인은 전자서명법상 동의서의 효력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내용의 공지를 올렸다. 주민이 단지 이름과 전화번호 입력 후 문자로 온 인증번호 6자리만 입력하는 행위는 신원확인에 불과할 뿐, 이 자체로 전자서명을 대체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공지가 알려지자 분당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술렁였다. 현재 1기 신도시 2차 선도지구 공모를 준비 중인 분당 아파트 단지 상당수가 전자 동의 플랫폼을 통해 주민 동의서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성남시가 문제 삼은 방식의 플랫폼을 사용한 10여 곳의 통합재건축 추진 단지는 이미 받은 동의서가 무효 처리될 수 있다는 우려에 휩싸였다. 이 경우 선도지구 공모 자체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정비사업 현장에서 주로 쓰이는 전자 동의 플랫폼은 '얼마집' '우리가' '총회원스탑' 등이다. 이번에 유효성 논란이 제기된 곳은 총회원스탑이다. 소유주 명의 계좌 등록 등 별도 인증 절차를 요구하는 다른 플랫폼과 달리, 총회원스탑은 상대적으로 인증 방식이 간단해 일부 단지에서 선호도가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커지자 성남시는 전자서명 소관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긴급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과기정통부는 해당 시스템에 대해 "본인확인정보와 인증서 또는 화면 수기서명 방식을 조합해 서명하도록 설계돼 있어 전자서명법 제2조 제2호에 부합한다"는 취지로 회신했다. 이에 따라 성남시는 다시 공지를 내고 해당 방식으로 받은 전자서명 동의서의 법적 효력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이번 논란의 배경에 관련 법령의 시차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일반적인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따른다. 이 법 시행령 제34조의6은 전자 동의서의 본인 확인 절차에 대해 카카오·토스 인증 등 전자서명 인증사업자의 인증서를 활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분당 등 1기 신도시에 적용되는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관련 시행령 규정이 오는 8월부터 시행된다. 선도지구 공모가 예정된 7월까지는 본인 확인 방식에 대한 세부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셈이다. 과기정통부가 전자서명법상 최소 요건을 충족하면 유효하다고 판단한 것도 이 같은 법적 공백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논란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선도지구 공모 경쟁이 치열한 만큼, 일부 단지가 근소한 차이로 탈락할 경우 상대 단지의 문자 인증 동의서 효력을 문제 삼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소유주 본인이 직접 동의 절차를 진행했는지 전수조사를 요구하는 반발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정비 업계 관계자는 "이번 유권해석으로 당장의 혼란은 피했지만, 경쟁 단지 간 이해관계가 워낙 첨예하다"며 "문자 인증 방식으로 받은 동의서가 향후 소송의 쟁점이 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했다. 이어 "전자 동의서가 정비사업의 대세가 된 만큼, 사업 초기부터 인증 방식과 법적 요건을 명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