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수억원의 추가 분담금을 감수하더라도 기존 가구 수를 유지하는 '1대1 재건축'이 고가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일반 재건축처럼 가구 수를 늘려 일반분양 수익을 확보하는 대신, 임대주택 의무를 피하고 단지 고급화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이 부촌 단지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7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부산 수영구 삼익비치타운(남천2구역) 재건축 사업의 사업시행계획변경인가를 위한 주민공람이 10일까지 진행된다. 변경안의 핵심은 기존 3060가구를 그대로 유지하는 1대1 재건축이다. 1979년 준공된 삼익비치타운은 광안리해수욕장과 맞닿아 있는 부산 대표 재건축 단지로 꼽힌다.

삼익비치타운은 2022년 사업시행인가 당시 기존 33개 동 3060가구를 최고 61층, 12개 동 3325가구로 재건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번 변경안에서는 최고 층수를 59층으로 낮추고, 가구 수는 기존과 같은 3060가구로 줄였다. 임대주택 없이 기존 조합원 중심의 중대형 평형 단지로 재건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일반분양 수익을 일부 포기하더라도 광안리 바다 조망권을 갖춘 고급 주거 단지로 만들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1대1 재건축은 조합원 부담이 큰 방식이다. 일반분양 물량이 줄어드는 만큼 사업비 대부분을 조합원이 부담해야 한다. 일부 사업지에서는 가구당 추가 분담금이 수억원에 달하고, 많게는 9억원을 넘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고가 아파트 단지들이 1대1 재건축을 택하는 것은 규제 회피와 고급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현행 제도상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아 가구 수를 늘리면 증가한 면적의 일부를 임대주택이나 소형 주택 등으로 공급해야 한다. 반면 1대1 재건축은 용적률 혜택을 받지 않는 대신 임대주택 공급 의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단지 전체를 중대형 평형 위주로 구성할 수 있어 기존 주민들이 원하는 주거 환경과 커뮤니티를 유지하기 쉽다.

부산 수영구 남천 삼익비치타운 재건축 조감도. /한미글로벌 제공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일반분양 수익이 적은 대신 사업비를 고급 마감재, 커뮤니티 시설, 조경, 설계 등에 투입하면 조합원에게 돌아가는 초과이익이 낮아질 수 있다. 당장 분담금 부담은 커지지만, 준공 이후 고급 단지 프리미엄을 통해 자산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 용산구 이촌동 렉스아파트를 1대1 재건축한 '래미안 첼리투스'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조합원들은 가구당 5억원 이상의 추가 분담금을 부담했지만, 재건축 추진 이후 집값이 크게 뛰었고 준공 후에는 서울 대표 한강변 초고가 아파트로 자리 잡았다. 최근 전용면적 124㎡는 46억7980만원에 실거래됐고, 일부 매물의 호가는 60억원 안팎까지 형성돼 있다.

강남의 한 공인중개사는 "당장 부담해야 하는 분담금은 크지만 한강이나 바다 조망을 갖춘 하이엔드 단지가 완성되면 자산 가치 상승과 주거 만족도가 이를 충분히 상쇄한다고 보는 것"이라며 "탄탄한 자금력을 갖춘 부촌 주민들이기에 가능한 선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