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증시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는 단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방한이다. 그의 말 한마디에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했다가 다시 급락하는 등 이른바 '젠슨 황 테마주'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황 CEO의 방한 일정과 관련 기업의 주가 흐름을 정리한 사이트까지 등장할 정도다. 전문가들은 단순 이벤트에 주목하기보다 실제 수혜 기업을 가려내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10월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깐부치킨 매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킨 회동을 하고 있다./뉴스1

4일 재계에 따르면 황 CEO는 이날 오후 한국에 입국한 뒤 5일부터 우리나라 주요 기업 총수들과 만날 예정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김택진 엔씨 대표 등이 회동 대상자로 거론된다. 이번 방한에서는 인공지능(AI) 반도체뿐 아니라 피지컬 AI 분야 협력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황 CEO가 기업 총수들과 삼겹살에 소주·맥주를 곁들이는 '삼겹살 회동'을 가질 것으로 전해지면서 지난해 10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던 '깐부 회동'의 2탄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당시 세 사람이 치킨집에서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다음 날 교촌에프엔비 주가가 장중 15% 넘게 오르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방한 전부터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요동치고 있다. LG전자(066570)는 지난달 29일과 이달 1일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주가가 70% 가까이 급등했고, LG CNS 역시 상한가를 기록했다. 두산그룹은 황 CEO가 두산베어스 경기에 시구자로 나설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두산로보틱스와 두산 주가가 급등했다.

'만년 저평가주'로 불리던 네이버도 장중 30만원을 넘어섰을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엔 황 CEO의 예상 방문지와 회동 일정, 관련 기업의 주가 흐름 정보를 함께 제공하는 '젠슨 황의 발자취(Jensen Huang KR Tracker)' 사이트까지 등장했다.

다만 이 같은 급등세가 실제 계약이나 실적으로 확인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일 LG 주가는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전 거래일보다 15.56% 하락했다. LG전자 역시 장중 13% 넘게 하락했고, LG그룹 관련주들을 담은 TIGER LG그룹플러스 상장지수펀드(ETF)도 하루 만에 9.07% 하락했다. 기대감이 컸던 만큼 주가 변동성도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방한을 단순한 '젠슨 황 테마'로 접근하기보다 실제 사업 협력 가능성을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회동 자체가 투자 심리를 자극할 수 있지만 기업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결국 계약과 실적이라는 설명이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이벤트에 반응하지만 추세는 실제 사업 성과가 만든다"며 "사진이나 회동 자체는 단기 재료에 불과하지만 공동 개발, 데이터센터 구축, 그래픽처리장치(GPU) 구매, 로봇 플랫폼 도입 등은 장기적인 사업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방한이 지난해 '깐부 회동'에 이어 국내 기업과 엔비디아의 협력 확대 기대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단순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움직이는 종목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이번 이벤트를 바라보는 기준은 누가 젠슨 황 CEO를 만나는지가 아니라 누가 엔비디아 생태계 안에서 반복 매출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여부"라며 "젠슨 황 이벤트는 사되, 사진이 아니라 '주문서'를 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