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자 시장 내 양극화 현상은 심화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지수 상승의 온기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지 못하는 환경에선 진짜 실적주를 선별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올해 들어 코스피는 101.1% 급등했지만, 상승분의 약 70%가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두 종목에서 나왔다. 종목별 상승 기여도는 SK하이닉스가 35.5%포인트(p), 삼성전자가 34.3%p에 달한다.
전체 코스피에서 반도체 업종이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은 지난해 6월 25% 수준에서 현재 54.6%까지 급격히 확대됐다.
정다운 LS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종은 강력한 이익 성장에도 불구하고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삼성전자 6.6배, SK하이닉스 6.9배로 코스피 평균(8.4배)보다 오히려 낮아 쏠림을 유발할 요인이 많다"고 분석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올해 반도체 영업이익이 코스피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최대 70%대까지 확대될 것"이라며 "시가총액 비중 확대는 이익 기준으로 충분히 정당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업종의 소외 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올해 시가총액 비중이 늘어난 산업은 IT 하드웨어가 유일하다. 나머지 업종은 코스피 지수의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허 연구원은 "반도체를 제외한 코스피 지수는 현재 4100~4200선으로 추정되며 이들 기업의 부진은 올해 들어 더 심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제외 코스피의 12개월 예상 PER은 11배로 코로나19 이후 평균(10.4배)을 웃돌아 다른 업종으로의 순환매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환경이다.
시장의 체력 지표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정 연구원은 "주가 상승과 함께 시장 폭이 극단적으로 좁아지는 양상은 모멘텀 소멸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향후 이벤트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상·하방 모두 격하게 나타나며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단기 변동성 요인도 산적해 있다. 미국 스페이스X 상장에 따른 유동성 흡수 가능성, 이달 FOMC에서 확인될 케빈 워시 신임 연준 의장의 행보, 7월 초 AI 규제 관련 공약 발표 등이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이 때문에 이익 가시성이 높고 펀더멘털이 견고한 업종 중심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게 증권업계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반도체 업종의 주도주 지위는 유지되겠지만, 포트폴리오 다변화 관점에서 이익 감소를 방어할 수 있는 업종도 함께 담으라는 것이다.
그동안 소외됐던 제약·바이오와 코스닥 시장은 반도체의 주도력이 잠시 주춤해지는 시점에 개선 흐름을 보일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허 연구원은 "반도체를 제외하고 이익 비중 감소를 상대적으로 잘 버틸 수 있는 산업은 비철, 호텔레저, 디스플레이, 미디어, IT 하드웨어, 에너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