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 한강변 재개발의 양대 축인 흑석뉴타운과 노량진뉴타운의 첫 청약 맞대결에서 자산가들의 선택은 '반포 옆' 흑석이었다. 분양가가 30억원에 육박하는 고가 단지였지만, 미래 개발 기대감보다 강남과 맞닿은 입지의 확실성이 청약 성적을 갈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27일 동시에 1순위 청약을 접수한 결과, 흑석11구역을 재개발하는 대우건설의 '써밋 더힐'은 32.5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일반공급 211가구 모집에 6860명이 몰린 것이다. 최고 경쟁률은 전용 84㎡ C타입에서 나온 78대1이었다.
반면 DL이앤씨가 노량진8구역을 재개발해 공급하는 '아크로 리버스카이'는 일반공급 132가구 모집에 2161명이 접수해 평균 19.7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고 경쟁률은 전용 44㎡ 타입으로 76.75대 1이었다. 평균 경쟁률만 놓고 보면 써밋 더힐이 아크로 리버스카이를 크게 앞섰다.
이번 청약은 전용 84㎡ 기준 최고 분양가가 각각 30억원, 28억원 안팎에 책정되면서 시장에서 '현금 부자들의 리그'로 불렸다. 특히 두 단지가 같은 날 청약을 진행하면서 수요자들은 사실상 둘 중 한 곳을 선택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분양가가 더 비싼 흑석뉴타운 단지에 청약 수요가 집중됐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번 결과를 두고 노량진의 미래 성장성보다 흑석의 입지 경쟁력이 더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노량진은 여의도와 용산을 잇는 배후 주거지로 꼽히지만, 흑석은 서초구 반포동과 한강을 사이에 두고 맞닿아 있어 강남 생활권에 대한 선호를 직접적으로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지역은 모두 2006년 뉴타운으로 지정된 한강변 대규모 재개발지다. 그러나 입지와 교통, 사업 진행 속도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흑석뉴타운은 강남 접근성과 빠른 사업 추진이 강점으로 꼽힌다. 지하철 9호선을 이용해 강남 주요 업무지구로 이동하기 쉽고, 전체 10개 구역 가운데 6개 구역이 이미 입주를 마쳤다. 대표 단지인 아크로 리버하임 전용 84㎡는 비강남권 아파트 최초로 2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 최고 34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다만 경사가 심한 언덕 지형이 많고 구역별 개발 시기 차이로 단지 간 연계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다.
노량진뉴타운은 사업 속도는 다소 늦었지만 최근 대부분 구역이 사업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비교적 평지가 많고 지하철 1·7·9호선이 지나는 트리플 역세권 입지를 갖췄다. 여의도와 용산, 시청 등 주요 업무지구 접근성도 뛰어나다. 다만 한강 조망이 가능한 가구 비율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분양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서울 분양시장은 분양가보다 입지와 브랜드, 희소성이 청약 성적을 좌우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동작구는 서울 주요 업무지구와 가까우면서도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왔던 지역인 만큼 흑석·노량진뉴타운이 완성되면 마포·용산·성동처럼 서울 핵심 주거지로 재평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