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심으로 쏠렸던 국내 증시 수급이 최근 LG와 현대차그룹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특히 로봇 사업 기대감이 커지면서 LG전자·현대차 주가가 단기간 급등했고,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로도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최근 코스피 지수가 급락하면서 이들 주가도 조정을 받았지만 시장에서는 차익 실현 성격이 강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다만 실제 실적 연결 여부와 노조 리스크 등은 향후 변수로 꼽힌다.

보스턴다이나믹스가 지난 5일(현지시간) 자사 유튜브 채널에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기계체조 동작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보스턴다이나믹스 유튜브 채널 캡쳐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LG전자(066570)현대차(005380) 주가는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LG전자는 지난 15일 종가 기준 24만원을, 현대차는 70만원을 돌파하며 강세를 보였다. 특히 코스피 지수가 6% 이상 급락한 날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7% 넘게 빠질 때 LG전자는 오히려 10% 넘게 급등하는 등 반도체 중심 장세와 다른 흐름을 보였다.

핵심 키워드는 '로봇'이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인공지능(AI) 투자 흐름이 반도체 중심에서 피지컬AI·로봇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LG전자는 산업용·서비스 로봇과 스마트팩토리 사업을 확대 중이고, 현대차그룹 역시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중심으로 휴머노이드·물류 자동화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단순 완성차·가전 기업이 아니라 AI 기반 자동화 기업으로 재평가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종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칩과 구글의 모델, 그리고 현대차의 아틀라스가 연결되는 거대 AI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며 "반도체 장비와 소재를 넘어 피지컬 AI 분야로 실적 온기가 확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대기업 그룹주 ETF 중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전통 강자인 'TIGER 삼성그룹'이 올해 들어 수익률 86.6%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TIGER 현대차그룹플러스'(50.6%), 'TIGER LG그룹플러스'(46.1%) 등 현대차와 LG그룹주 ETF 성장세도 돋보였다. KB자산운용의 'RISE 현대차고정피지컬AI' ETF는 지난 12일 상장 이후 5거래일 만에 2000억원 넘는 자금이 유입됐다.

다만 최근 코스피 급락 이후 LG전자와 현대차 주가 역시 조정을 받고 있다. 시장에서는 단기간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진 영향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 LG전자와 현대차 모두 연초 대비 주가 상승률이 코스피를 크게 웃돌았던 만큼 단기 과열 부담이 있었다는 평가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에 대해 "3월 이란 전쟁, 5월 미국 국채 금리 상승에 따른 시장 조정으로 단기 낙폭이 확대됐다"면서도 "피지컬 AI 성장 방향성은 변화 없고, 올해 2분기에 들어서며 관련 모멘텀(상승 동력)이 재차 부각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노조 리스크도 변수로 꼽힌다. 최근 삼성전자 노조 파업 이슈가 불거진 데 이어 현대차그룹 계열사 소속 노조들도 파업에 나섰거나, 파업을 예고하는 등 강경 투쟁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현대모비스 자회사 노조의 파업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 현대위아, 현대모비스, 현대오토에버 등 주요 계열사 주가가 6~7%대 급락하기도 했다.

또 현재 주가 상승 속도에 비해 실제 로봇 사업 실적 기여도는 아직 제한적이라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LG전자와 현대차 모두 로봇 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우고 있지만, 당장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증권가에서는 향후 로봇 사업이 실적과 연결될 경우 LG·현대차그룹주가 단순 순환매를 넘어 새로운 장기 주도주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김 연구원은 "휴머노이드 로봇은 이제 개화 단계로 성장 상단을 논의하기 이르다 판단된다"며 "신사업 모멘텀에 기인한 주가 상승이 이어진 상황에서 시장 불확실성에 따른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