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8000포인트에 도달하기까지 180여 포인트 앞두고 있다. 연초 4300선으로 시작한 코스피 지수는 약 4개월 만에 80% 넘게 치솟았다. 이 유례없는 불장이 버블, 혹은 고점이 아닐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최근 증시 상승을 주도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붐을 과거 버블과 비교하는 이색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지난 2000년대 닷컴버블·1850년대 철도버블과 비교하면 현재 AI 데이터센터 붐은 어느 정도 수준까지 온 것일까?
국내 증시의 가파른 상승을 이끈 것은 반도체 대형주, 더 깊게 들어가면 'AI 데이터센터 붐'이다.
하이퍼스케일러는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대형 기술 기업들인데 이들은 AI 주도권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설비투자(CAPEX) 확장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와 함께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면서 반도체 기업의 매출 또한 폭증하고 있다.
'부의 대전환'의 저자 존 D.터너에 따르면 철도버블 당시의 자금 조달, 즉 채권 발행 규모는 당시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 수준이었고 철도 투자는 GDP의 6%이었다. 닷컴버블 당시에도 미국 정보처리장비와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는 GDP의 4.9%에 달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 규모는 7200억달러다. 이는 현재 미국 GDP의 2.2% 수준이다. 빅테크 외 기업들의 투자와 정부 지원까지 감안하면 GDP의 3~4%일 것으로 추정됐다.
현재 AI 데이터센터 투자 규모는 철도버블이 정점일 때의 절반, 닷컴버블 당시의 70% 수준인 것이다. 지금 속도라면 내년 정도에 닷컴버블 당시 투자 비중에 접근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과거 버블과 달리 빅테크 기업들이 부도가 날 확률은 희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빅테크 기업들은 데이터센터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부도가 날 확률은 희박하다"며 "철도버블 당시에는 자금 조달 측면에서 민간투자와 정부 토지보조금 등 외부 자본이 주도했고, 주식 자금 조달 과정에서도 일부 자금 납입만 허용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AI 데이터센터 붐에서는 빅테크 기업들이 막대한 내부 현금흐름으로 자금을 조달 중이다. 빅테크 기업들의 잉여현금흐름이 가파른 투자 확대로 축소되고 있지만, 영업이익률이 매우 높다. 부채로 자금을 조달하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해부터라는 설명이다.
허 연구원은 "버블 붕괴의 임계점은 이전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되며 가파른 금리 인상 또는 중국의 대만 침공 등 이란 전쟁보다 더 심각한 지정학적 위험에서 계기를 찾아야 한다"며 "설사 지금의 흥분이 버블로 나중에 확인되더라도 남겨진 인프라가 생산성 향상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철도 버블이 끝난 뒤에도 철강·토목 인프라는 남았듯이, 현재 데이터센터 건설 단계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반도체, 전력 인프라, 에너지 관련주는 이번 상승 국면에서 가장 나중에 팔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