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발발에도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국제 유가 급등으로 물가가 상승하면서 소비 심리는 위축됐지만, 투자심리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한 모습이다. 미국 증시뿐 아니라 우리나라 증시도 사상 최고 기록을 기록하고 있다.
소비심리와 투자심리의 괴리가 발생하는 이유는 글로벌 자금이 이익을 내는 일부 기업으로만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투자자들은 어떤 전략을 짜야 할까.
요즘 투자자들이 목격하고 있는 강력하고 이례적인 국내 증시의 상승 동력은 인공지능(AI) 생태계 확장에 따른 관련 기업의 실적 개선이다.
아마존·알파벳·메타·마이크로소프트·오라클 등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용 기업)들이 AI 생태계 구축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으면서 반도체·전력 등 관련 기업의 이익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비용 부담이 증가했지만, 이들 기업은 이를 가격에 빠르게 전가해 이익을 극대화했다. 반도체 가격이 급등하고 수출 물량도 대폭 늘어난 데이터는 하루가 멀다고 쏟아진다.
즉 요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증시 상승세는 AI 밸류체인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기업들의 주가가 이들의 이익 규모를 따라잡는 구간인 셈이다.
문제는 모든 기업이 AI 생태계 확장 흐름에 올라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소비재와 유틸리티 업종을 생각해 보자. 반도체와 전력, 발전 등 AI 관련 기업은 거대한 신규 산업 생태계가 조성되는 환경에서 이례적인 수요 증가를 경험하고 있지만, 소비재 업종은 이런 환경과 멀리 떨어져 있다. 이란 전쟁으로 유가·물가·금리 등 거시 경제 지표의 불확실성이 커졌고, 국내외 소비심리는 투자심리와 달리 크게 위축된 상태다.
물론 정부의 강력한 재정 확대와 자산 가격 상승에 따른 부(富)의 효과로 악화된 소비심리가 당장 소비를 위축시키진 않는 모습이다. 하지만 원가 부담을 바로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는 기업의 실적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결국 지금 투자자들이 따져야 할 것은 경기에 민감한 수요에 대응하는 기업인지, 아니면 구조적으로 발생하는 수요에 대응해야 하는 기업인지 분류하는 것이다.
정현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결국 AI 투자 사이클의 수혜가 산업별로 격차를 만들어 내고 있어 소비 심리 악화에 민감한 일반 소비재보다 경기와 무관하게 수요가 발생하는 강력한 현금 흐름을 가진 대형 기술주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짜는 게 유리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