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다 움푹 파인 보도블록을 밟고 넘어져 발목 인대가 늘어난 A씨는 보도블록을 관리하지 못한 지방자치단체에 사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 민원을 접수했다. 지자체는 손해배상 책임 여부를 판단하겠다며 가입한 영조물배상책임보험을 통해 사건을 접수했다.
보험사 직원은 심사가 끝나기도 전에 A씨에게 "큰 문제가 발견되지 않으면 보험금 지급이 어렵다"고 알려왔다. 결론을 정해 놓은 듯한 태도에 실망한 A씨는 직접 독립 손해사정사를 선임해 사건을 맡겼다. 사고 현장을 조사한 독립 손해사정사는 지자체에도 관리상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고, A씨는 보험금을 받을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보험금 지급 여부가 부당하게 판단될 것이 우려된다면 보험사와 이해관계가 없는 독립 손해사정사를 무료로 선임하는 제도를 이용하라고 조언한다.
보험사는 과잉 의료나 보험 사기가 의심되는 경우 손해사정사에 현장 조사를 의뢰한다.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타당한지 조사해 판단해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의뢰를 받는 손해사정사 대다수는 보험사 자회사 또는 보험사와 업무 협약을 맺은 회사 소속이다. 손해사정사가 보험사에 유리한 결론을 자주 내린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18일 '실손보험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손해사정사를 통해 실시하는 의료 자문 대부분이 자회사를 통한다"고 지적했다.
금융 당국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립 손해사정사를 무료로 선임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가입자는 보험사로부터 현장 조사가 진행된다는 통보를 받은 날로부터 3영업일 내 독립 손해사정사를 선임하고 이를 보험사에 알리면 된다. 기간 내 선임이 어렵다면 기간 연장을 신청해 10영업일 내 완료하면 된다. 선임 비용은 보험사가 부담한다.
적용 대상은 실제 손해액을 계산하는 손해보험과 제3보험이다. 국민 대다수가 가입한 실손보험과 배상책임보험, 화재보험이 대표적이다. 반면 진단금·후유장해보험금·수술보험금 등 계약 당시 정해진 금액을 일괄 지급하는 정액형 상품은 무료 선임이 불가능하다.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지는 보험사 안내 문자에 기재돼 있다. 손해사정사 무료 선임 서비스 '올받음'을 운영하는 어슈런스의 염선무 대표는 "보험사는 반드시 전화·문자 등을 통해 현장 조사를 사전에 고지한다"며 "현장 조사 안내를 받았다면 '손해사정사 선임 권리가 있다'는 문구가 있는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했다.
보험 가입자가 직접 비용을 지불하고 손해사정사를 선임하는 것은 상품이나 기간에 제한이 없다. 최근에는 보험금 액수가 큰 사건의 경우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손해사정사를 선임하는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