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공된 지 30년 된 아파트에 사는 A씨는 최근 아랫집에서 물이 샌다는 연락을 받았다. A씨는 누수 탐지 업체를 불러 확인한 결과 화장실 배관 연결 부위가 문제인 것을 발견하고 공사를 진행한 뒤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보험사는 수리비가 과다 청구됐다며 보험금을 전액 지급할 수 없다고 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공사 업체는 누수와 관련 없는 샤워실 유리막까지 교체했다. A씨는 자신이 전문가가 아니라 공사가 과다한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따졌지만 보험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전문가들은 누수 공사를 진행하기 전에 보험사에 신고하고 견적서를 미리 제출해야 분쟁을 피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보험사가 견적서를 검토해 적정 공사비가 얼마인지 의견을 제시하면, 이에 맞춰 공사를 진행하라는 것이다.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일배책)은 가입자가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재물에 손해를 입힌 경우 한도 내에서 손해액을 보상하는 상품이다. 우리 집에서 시작된 누수로 아랫집에 피해가 발생하면 우선 피해를 보상하고 향후 보험금을 받는 것이다.

누수 사고는 자기부담금이 20만~50만원으로 설정돼 있다. 다만, 부부가 모두 일배책에 가입돼 있거나 동거 중인 미성년 자녀가 가족 일배책에 가입된 경우 중복 적용이 가능해 자기부담금이 없어진다. 이는 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사가 조사 과정에서 자체적으로 확인해 처리하기 때문에 별도로 신청하지 않아도 된다.

작년 7월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의 한 반지하 가구가 폭우로 침수돼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당국이 배수 작업을 하고 있다./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보험금을 전액 지급받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수리 범위를 과다하게 잡은 경우다. A씨처럼 직접 누수 피해를 받은 부분을 교체하거나 수리하면 해당 금액은 보험금에서 제외된다.

수리 범위는 적절하지만 수리비가 과다 청구된 경우도 문제가 된다. 대부분 고객은 공사를 먼저 진행하고 발생한 비용을 보험금으로 청구하는데, 보험사는 청구된 금액을 모두 인정하지 않는다. 공사·수리비에 포함된 재료비와 인건비 등을 고려해 적정 공사비를 산출하고 해당 금액만큼만 보험금으로 지급한다.

손해사정사 무료 선임 서비스 '올받음'을 운영하는 어슈런스의 염선무 대표는 "산출한 금액을 초과하는 경우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게 된다"며 "부당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윤을 추구하는 공사·수리업체가 책정한 금액을 모두 인정하면 보험금이 과다 지출되기 때문에 이런 과정은 불가피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