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달리3

얼굴 피부가 좋지 않은 A씨는 피부과에서 얼굴에 바르는 의약품 크림을 처방받아 사용했다. 효과를 본 A씨는 크림이 떨어질 때마다 병원을 방문해 처방을 받았고, 실손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런데 보험사는 갑자기 현장 심사를 진행하겠다고 통보했다. 보험금 지급이 타당한지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A씨는 지금껏 똑같은 치료를 받아왔는데, 보험금을 잘 지급하다가 뒤늦게 문제 삼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A씨처럼 같은 치료가 반복되면 보험금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한 치료를 수십회 받았지만 차도가 없어 현상 유지에 불과하면, 해당 치료가 '효과 없는 치료'로 판단돼 보험금 부지급의 근거가 된다는 것이다. 계속해서 보험금을 받으려면 해당 치료 덕분에 증상이 완화되거나 호전되는지를 입증해야 한다.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해 오다 갑자기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반복적인 치료 효과를 따져보기 위한 것이다. 실손보험은 다른 보험 계약자와 보험료가 연동된 구조다. 한 사람이 보험금을 과하게 받으면 보험사 손해율이 높아지고 다른 계약자의 보험료까지 인상될 수 있어 보험금 지출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근골격계 치료인 도수 치료와 체외 충격파 치료, 피부과 치료, 피부 치료 목적의 전문 크림 처방 등이다. 어린이의 경우 성장 호르몬 주사제 치료와 언어 치료도 주요 보험금 분쟁 중 하나다.

서울 시내의 한 정형외과의 모습. /뉴스1

동일한 치료를 지속적으로 받으려면 해당 치료를 받았을 때 증상이 실제 호전됐는지 등 효과가 있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가령 무릎 관절을 다친 환자가 운동력 회복을 위해 도수 치료를 받는다면, 처음에는 무릎이 20~30도밖에 움직이지 않았는데, 도수 치료로 무릎이 더 많이 움직일 수 있게 됐다는 점을 보험사에 알려야 하는 것이다.

치료 효과를 입증하려면 주기적으로 의사에게 진찰을 받고 객관적인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호전되고 있다는 느낌만으로는 입증되지 않는다. 객관적인 검사 자료가 없다면 보험사는 해당 치료가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예방적 치료'라고 보고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가능성이 크다.

의사의 진찰도 중요하다. 단순히 출석 도장을 찍듯이 병원에 방문해 진료 없이 반복적인 치료만 받으면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정기적으로 의사와 면담을 진행해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사 판단이 담긴 소견서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손해사정사 무료 선임 서비스 '올받음'을 운영하는 어슈런스의 염선무 대표는 "장기적으로 반복 치료를 받으려면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사 소견서가 필수다"라고 했다. 다만 "환자도 현장 조사를 계속받으면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다"며 "과하게 반복적인 치료는 지양하는 것도 현실적인 방법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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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사정사와 상담·업무 의뢰를 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어슈런스가 운영하고 있다. '손해사정사 선임권' 서비스를 운영하며 실손보험을 비롯한 배상 책임, 교통사고 등에 대한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