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45)씨는 지난 6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를 사기 위해 계약을 맺고 계약금 1억원을 집주인에게 송금했다. 그런데 정부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부동산 규제를 발표하면서 잔금을 치르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김씨는 가족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잔금을 마련하지 못해 결국 계약을 취소했다. 김씨는 계약금 1억원을 위약금으로 날리게 됐다. 이후 집주인은 이 위약금에 대한 별도 과세 신고를 하지 않았는데, 지인으로부터 과세 신고를 하지 않으면 가산세를 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황급히 세무서를 찾았다.
정부가 발표한 '6·27 부동산 대출 규제' 직후 아파트 매매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급증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규제 발표 이후 6월 28일부터 7월 18일까지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매매 계약 후 '해제 사유 발생일'이 등록된 아파트는 총 326건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서울 133건, 경기도 193건이었다.
아파트 시세를 올리기 위해 높은 매매가로 계약을 체결한 뒤 취소하는 '신고가 띄우기' 수법도 있지만, 실제 대출이 막혀 계약을 하지 못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계약금 반환을 둘러싼 법적 분쟁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매매 대금을 지급할 것을 전제로 주택 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을 지급했는데, 대출이 나오지 않은 경우 계약을 취소하고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반대로 집을 파는 사람이 계약을 취소하고 위약금을 줬다면 세금을 내야 할까. 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 "대출 막혀서 계약 취소해주세요"… 법적으로 불가능
결론부터 말하면 집을 사려는 사람(매수인)이 대출을 받지 못해 계약을 취소하게 됐다면 원칙적으로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 정부의 갑작스러운 대출 규제 발표 등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해도 마찬가지다. 매수인이 대출을 받는 것은 매매 계약의 동기에 해당하는데, '동기 착오'는 계약 취소나 해제 사유가 되지 않는다.
예외적으로 가능한 경우가 있다. 집 주인(매도인)과 매수인이 합의하에 매매 계약서에 특약 사항으로 대출이 안 되는 경우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하는 경우다. 매매 계약서에 특약 사항이 없더라도 매도인이 계약 당시 이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고 그 대출금으로 잔금을 납부하면 된다고 매도인에게 안내한 경우나 매수인이 매매 대금 중 일부는 대출을 받아서 납부하겠다는 사정을 말한 적이 있다면 가능하다. 다만 이를 증명하는 데 적잖은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보통 법적 분쟁으로 이어진다. 이런 특수 상황이 아니라면 계약금으로 준 돈은 집주인에게 귀속된다.
◇ 위약금 '기타 소득'에 해당… 종합소득세 신고해야
위약금으로 받은 돈의 세금 처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는 계약 해지의 주체에 따라 달라진다. 우선 집주인이 받은 계약금에 웃돈을 얹어 매수인에게 위약금을 주고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다. 최근 집값이 치솟으면서 일부 집주인이 위약금을 주면서 계약을 해지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때 집 주인은 세금 22%(지방소득세 2% 포함)를 원천징수하고 세무서에 신고·납부해야 한다. 집 주인은 원천징수한 금액을 뺀 나머지 금액을 매수자에게 위약금으로 주면 된다. 원천징수는 소득자가 자신의 세금을 직접 납부하지 않고, 원천징수 의무자가 소득자에게서 세금을 미리 징수해 국세청 등에 납부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납부 기한은 지급일이 속하는 다음 달 10일까지다.
매도자가 원천징수를 하지 않으면 최대 10% 가산세를 내야 한다. 이때 매수자는 매도자에게 원천징수 영수증 발급을 요구해야 한다. 해당 원천징수 세액만큼을 소득세 신고할 때 공제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김씨의 사례처럼 매수자가 이미 지급한 계약금을 포기하고 계약을 해제하는 경우는 원천징수의무가 면제된다. 당연히 가산세 문제도 생기지 않는다. 이때 위약금을 받은 집주인은 종합소득세 신고 시 '기타소득'으로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 종합소득세 신고는 그해 벌어들인 수입의 총액에 대한 신고다. 신고를 누락할 경우 국세청의 세무조사 사전 분석 대상자로 지정되고, 가산세까지 물 수 있다.
국세청은 국토부 부동산 매매 계약 자료를 과세 용도로 제공받고 있어 계약 해지에 따른 위약금 내역도 파악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국토교통부에서 수집한 부동산 매매 계약 자료 분석을 토대로 위약금 수입이 발생한 납세자를 '분석 대상자'로 선정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