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달리3

척추에 통증을 느낀 A씨는 최근 2년 동안 100회에 걸친 도수치료를 받았다. 치료를 받을 때는 증상이 개선됐지만, 시간이 지나면 통증이 재발돼 또 치료를 받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결국 보험사는 도수치료가 A씨의 통증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없다고 판단,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반면 B씨는 척추의 각도가 뒤틀려 32회에 걸친 도수치료를 통해 척추교정을 진행한 뒤 보험금을 수령했다. 보험사가 진행한 현장조사를 통해 도수치료가 실제 B씨 척추 교정에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판명됐기 때문이다.

도수치료에 대한 실손보험금 지급 여부를 둘러싼 분쟁이 여러 해 동안 지속되고 있다. 적절한 치료 횟수나 보험금 지급 기준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10회 이상의 도수치료를 받는 경우라면 B씨처럼 치료 효과가 입증돼야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도수치료의 객관적 효과를 확인한 뒤에 치료를 지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 약관에 없는 보상 기준 있다

1~2세대 실손보험 약관에는 도수·체외충격파·증식치료 등 물리치료에 대한 구체적인 보상 기준이 없다. 하나의 질병·상해당 연 최대 180회의 치료를 보상한다는 조항이 전부다. 3세대에 와서야 물리치료는 ‘3대 비급여 특약’으로 분류돼 연 50회까지 최대 350만원을 보상한다는 기준이 마련됐다.

하지만 약관상 기준만 충족했다고 해서 무조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도수치료는 과잉진료의 주범으로 지목돼 보험사가 별도 보상 기준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는 고객이 이 기준을 넘겨 치료를 받으면 현장조사 등을 통해 보험금을 주는 게 타당한지 따져본다.

실손보험은 4000만명이 가입해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릴 정도로 공적 기능이 큰 상품이다. 적자 폭이 커져 보험료가 오르면 서민층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에 금융 당국은 물론 정부까지 나서 특별 관리를 요구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손해보험사의 지급보험금 10조9000억원 중 ‘10대 비급여’ 비중은 35%(3조8000억원)다. 특히 도수·체외충격파·증식치료 등 물리치료가 1조8677억원으로, 2위인 백내장 수술(7083억원)을 제치고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실손보험 적자 규모는 전년 대비 4437억원 늘어난 1조9738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래픽=정서희

◇ “도수치료 효과 확인돼야”

그렇다면 분쟁 없이 보험금을 받기 위해선 도수치료를 몇 회 받아야 할까. 보험업계에선 기준이 제각각이라 구체적인 지침을 제시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동일한 횟수로 치료를 받더라도 A씨처럼 보험금 지급이 거절될 수 있고, B씨처럼 아무런 문제가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4세대 실손보험 약관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1~3세대와 달리 4세대에는 물리치료에 대한 보험금 지급 기준이 명확히 제시돼 있다. 1~3세대 가입자라도 4세대 기준을 따른다면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4세대 약관에는 “도수치료·체외충격파치료·증식치료의 각 치료횟수를 합산해 최초 10회 보장하고, 이후 객관적이고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검사 결과 등을 토대로 증상의 개선과 병변호전 등이 확인된 경우에 한해 10회 단위로 연간 50회까지 보상한다”고 기재돼 있다.

약관에 따르면 도수치료를 ‘최초 10회’ 받은 경우 별다른 심사 없이도 보험금을 받는 데 문제가 없다. 최초 10회란 하나의 질병·상해에 적용된다. 가령 책상에 오랜 기간 앉아 일하다 허리에 통증을 느껴 도수치료를 받은 것과 야구를 하다 허리를 다쳐 도수치료를 받은 것은 별개로, 각각 최초 10회로 분류된다.

문제는 추가 50회인 경우다. 약관은 물리치료를 10회 받을 때마다 증상 개선이나 병변 호전이 있는지 객관적인 평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B씨처럼 도수치료로 실제 증상이 개선됐다면 10회를 넘어서도 보험금이 지급되지만, A씨처럼 통증 완화 등 증상 개선이 없다면 보험금 지급이 거절될 가능성이 크다.

손해사정사 무료선임 서비스 ‘올받음’을 운영하는 어슈런스의 염선무 대표는 “도수치료가 10회를 넘어서는 경우라면 치료의 객관적인 효과를 확인하면서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라며 “객관적인 평가 없이 반복적으로 물리치료를 받는 건 보험금 수령에 문제가 될 수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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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사정사와 상담·업무의뢰를 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어슈런스가 운영하고 있다. ‘실손보험 손해사정사 선임권’ 서비스를 운영하며 실손보험에 대한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