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달리3

실손보험금 단독 청구에만 적용됐던 독립 손해사정사 무료 선임 제도가 손해액 산정이 필요한 모든 보험 상품으로 확대됐다. 일반 고객은 손해액 산정이 필요한 사례가 무엇인지 알기 어렵기 때문에 손해사정사 선임 가능 여부를 알려주는 보험사의 안내 문자를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손해사정은 고객의 보험금 청구가 합리적인지 조사해 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업무다. 대부분 보험사와 위탁 계약을 맺은 업체들이 업무를 담당해 보험사에 유리한 결과가 나온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금융 당국은 고객이 보험사로부터 독립된 손해사정사를 직접 선임하면, 선임비용을 보험사가 지불하도록 하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7일 보험개혁회의를 통해 독립 손해사정사 선임 제도 범위를 실손보험에서 손해사정이 필요한 모든 보험상품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후 손해보험협회는 지난달 30일 손해사정과 관련한 모범규준을 발표, ‘실제 손해액을 계산하는 제3보험 및 손해보험 상품’으로 제도 적용 범위를 확정했다.

◇ 자동차보험은 안되고, 암보험은 된다?

그렇다면 실제 손해액을 계산해야 하는 제3보험과 손해보험 상품은 뭐가 있을까. 보험업계에선 실손보험과 화재보험, 배상책임보험, 재산보험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해석한다. 특히 실손보험의 경우 ‘단독 청구’에만 국한됐는데, 이제는 복합청구까지 확대됐다. 실손보험과 관련된 모든 사례에서 손해사정사를 선임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특히 제3보험인 암보험도 손해사정사를 선임할 수 있다. 다만, 실제 손해액을 계산해야 하는 경우에만 해당한다. 가령 암에 진단될 경우 5000만원을 정액 지급하는 담보는 손해액을 계산할 필요가 없지만, 실제 치료비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는 담보는 적용 대상이 된다.

반면 자동차보험에서는 손해사정사를 선임하기 어렵다는 게 보험업계의 해석이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치료비·위자료·휴업손해 등으로 구성되는데, 치료비는 지급보증이 가능해 손해액 계산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 위자료·휴업손해도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상 보험금 산출식이 정해져 있어 손해사정 업무가 아니라는 게 보험업계의 주장이다.

이번에 발표된 모범규준을 보면, 자동차 사고의 경우 발생한 손해를 정비업체·의료기관 등을 통해 지급보증하거나 관련 법규에 따라 정해진 보험금을 지급하는 경우에는 보험사가 독립 손해사정사 선임 요청을 거부할 수 있다. 여기서 ‘관련 법률’은 표준약관 등에 따라 계산된 보험금을 지급하는 대차료와 위자료 등을 의미한다.

◇ 어떻게 활용해야 하나

일각에선 일반 고객이 실제 손해액 산정이 필요한 상품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고객이 직접 보험사에 손해사정사 선임이 가능한지 문의하거나, 전문가 도움을 받아야 해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결국 고객은 보험사가 발송하는 안내 문자에 손해사정사 선임이 가능하다는 문구가 있는지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보험사는 손해사정사 선임이 가능한 보험금 청구인 경우 반드시 전화·문자 등을 통해 고객에게 관련 내용을 안내하도록 되어 있다.

그래픽=정서희

보험사로부터 손해사정사를 선임할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면, 3영업일 내로 손해사정사를 찾아 선임한 뒤 이 사실을 보험사에 통보하면 된다. 금융위는 선임 기한을 3영업일에서 10영업일로 대폭 확대했다고 밝혔지만, 3영업일 안에 선임 기한을 연장하겠다고 신청한 경우에만 해당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또 금융감독원에 정식 등록된 손해사정사를 선임할 경우에만 선임비용이 무료라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정식 등록된 손해사정사는 협회에서 진행하는 교육을 받고, 인허가 보증보험에 가입하는 등 일정 자격을 갖춰야 한다.

손해사정사 무료선임 서비스 ‘올받음’을 운영하는 어슈런스의 염선무 대표는 “그동안 실손보험금 복합청구와 관련한 제도는 20~30%만 가능했는데, 모든 분야에 적용되는 것이라 큰 의미가 있다”라며 “보험사로부터 손해사정사 선임을 안내받은 번호로 연락해 접수하면 된다”라고 했다.

☞올받음은

손해사정사와 상담·업무의뢰를 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어슈런스가 운영하고 있다. ‘실손보험 손해사정사 선임권’ 서비스를 운영하며 실손보험에 대한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