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달리3
결혼을 앞둔 30대 김모씨는 신혼집 마련 문제로 고민이 많다. 집값이 가파르게 올라 모아둔 돈으로 매매는커녕 전셋집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김씨는 부모님 댁에 살면서 몇 년만이라도 돈을 모아 집을 장만하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부모님은 2년 전 은퇴 후 지방에서 전원생활을 하고 있다. 서울 강서구에 있는 아파트에는 한 달에 한 번 병원 방문을 위해 들른다. 부모님도 흔쾌히 동의했다. 다만 무상 임대도 자칫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해 걱정이 앞선다. 김씨의 사례를 통해 ‘부동산 무상 임대’ 유의점을 살펴보자.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하며 가족 명의의 주택에 거주하는 신혼부부, 사회 초년생이 늘고 있다. 그러나 가족에게 공짜로 집을 빌릴 경우 세금이 매겨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집을 물려받는 것도 아닌데 왜 증여세를 매기는지 이해가 안 갈 수 있으나, 세법에선 무상 임대로 얻은 이익도 증여 재산으로 간주한다.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타인으로부터 이익을 얻는 행위를 모두 증여로 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경우에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아니다. 세무 당국은 부동산을 무상으로 사용한 시점부터 5년간 얻은 이익이 1억원 이상인 경우에만 증여세를 매긴다. 무상 사용 이익은 부동산 시세에 연 2%의 무상 사용료율을 곱한 뒤, 5년간 무상 임대로 얻게 될 이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계수(3.7908·5년 연금현가계수)를 곱해 계산한다. 계산식은 <부동산 시가 x 2% x 3.7908>다.

김씨가 거주하려는 부모 명의의 아파트 시세가 13억원일 경우, 김씨는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5년간 얻는 무상 사용 이익이 9856만원으로 1억원을 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파트값이 14억원이면 김씨는 증여세를 내야 한다. 무상 사용 이익이 1억614만원으로 1억원을 웃돌아서다. 증여 가액(1억614만원)에 증여 재산 공제(10년간 5000만원)와 3% 신고 세액 공제를 적용할 경우 증여세는 약 545만원이다.

또 집값이 13억원을 넘더라도 주택 소유자인 부모와 ‘함께’ 거주하면 증여세를 매기자 않는다. 부모는 다른 곳에 거주하면서 본인 소유 주택에 자녀가 따로 사는 경우엔 증여세가 매겨진다.

그래픽=정서희

그렇다면 김씨가 부모에게 소액이라도 임대료를 지급할 경우 증여세는 어떻게 매겨질까. ‘저가 임대’의 경우 무상 임대와 달리 1년 단위로 증여세를 매기는데, ‘적정 임대료와 실제 지급한 임대료의 차액’이 ‘적정 임대료의 30% 또는 3억원’을 초과할 경우 증여세를 내야 한다.

세법에선 적정 임대료를 ‘부동산 시가 x 2%’로 규정하고 있다. 시가 13억원 아파트의 1년 적정 임대료는 13억원의 2%인 2600만원이다. 2600만원을 12개월로 나누면 한 달 적정 임대료는 217만원이다. 김씨가 월 160만원씩 임대료로 지급하면 적정 임대료에서 실제 지급한 임대료를 뺀 차액(680만원)이 적정 임대료의 30%(780만원)를 넘지 않아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집값이 13억원인 경우 김씨 입장에선 무상 임대차 계약을 맺는 것이 유리하다.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되고, 저가 임대 시 내야 할 임대료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십억원에 달하는 고가 상가일 경우 저가 임대를 하는 것이 절세 측면에서 효과적일 수 있다. 만약 상가 가격이 50억원일 경우 무상 임대 시 내야 할 증여세는 5414만원에 달한다.

호지영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 세무 전문가는 “가족끼리 상가 등 임대용 부동산 계약을 할 때 저가 임대를 많이 활용한다”며 “임차인 입장에선 시가 대비 임대료를 30% 가까이 낮추면서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주택 이외의 상가, 토지 등을 무상·저가 임대할 경우 임대인은 세무 당국이 산출한 적정 임대료를 기준으로 소득세와 10% 부가가치세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