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달리3
70대 A씨는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아들, 딸에게 각각 5억원을 미리 증여하려고 한다. 문제는 아들과 달리 딸은 미국에서 거주 중인 영주권자라는 점이다. 딸이 외국에서 증여세 폭탄을 맞는 것은 아닌지, 절차가 복잡하지는 않은지 걱정이 앞선다. 해외에 거주하는 자녀에게 증여할 때 어떻게 세금이 매겨지는지 알아보자.

해외에 있는 자녀에게 증여하려면 자녀가 ‘거주자’인지 ‘비거주자’인지 먼저 알아봐야 한다. 세법에서는 국적과 상관없이 국내에 주소를 두거나 183일 이상 거처를 두는 경우 거주자로 본다. 단순히 주민등록상 주소만이 아닌 직업이나 자산 상태, 가족의 국내 거주 여부 등을 고려해 183일 이상 국내에 거주한 것이 인정돼야 거주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 기준과 상관없이 미국에 주재원으로 단기 파견된 국내 기업 소속 직장인이나 공무원, 유학생도 거주자에 속한다. 비거주자는 거주자가 아닌 사람을 일컫는다.

세법에 따르면 비거주자와 거주자에게 적용되는 증여세율은 동일하지만, 증여 재산 공제는 차이가 있다. 거주자는 10년간 5000만원(미성년자 2000만원)까지 증여재산 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비거주자에게는 공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만약 1억원을 증여한다고 가정하면 증여재산 공제 혜택을 받은 거주자는 485만원만 증여세로 내면 되지만, 비거주자는 970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그렇다고 비거주자 증여의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연대납세의무를 활용하면 증여재산 공제를 받지 않아도 오히려 세금을 더 절세해 증여할 수 있다. 증여세는 증여를 받은 사람이 내는 것이 원칙이지만, 비거주자는 증여자인 부모가 증여세를 대신 납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부모가 거주자인 자녀에게 증여하면서 대신 증여세를 내주면, 이는 ‘추가 증여’로 간주돼 증여세를 더 물어야 한다.

A씨가 국내에 거주 중인 아들에게 5억원을 증여하면서 증여세까지 모두 대납할 경우, A씨는 5억원에 대한 증여세 7760만원을 낸 뒤 대신 낸 증여세에 대해서도 추가로 세금을 내야 한다. 이때 A씨가 내야 할 증여세 총액은 1억원에 달한다. 반면 A씨가 해외에 거주 중인 비거주자 딸에게 같은 금액을 증여하면 내야 할 세금은 8730만원이다.

그래픽=손민균

A씨의 딸은 미국 세무 당국에 증여 사실을 신고해야 할까. 미국의 경우 한국과 다르게 증여자가 증여세를 납부한다. 즉, 증여를 받는 A씨의 딸은 미국에서 별도로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다만 증여를 받은 사실은 신고해야 한다. 비거주자(미국 기준)인 부모로부터 연간 10만달러(약 1억3700만원)를 초과해 증여받은 경우 다음 해 4월까지 미국 세무 당국에 보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A씨는 증여 사실을 국세청뿐 아니라 한국은행에도 신고해야 한다. 외국환거래법에 따라 증여계약서, 납세증명서, 자녀의 출입국사실증명서 등과 세무서에서 발급한 자금출처확인서를 한은에 제출해야 자녀의 해외계좌로 송금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