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SETEC에서 열린 '아트페스타 서울 2024'에서 참관객이 전시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경제 블로그를 운영하는 우모(37)씨는 올해 4월, ‘아트테크’(아트와 재테크의 합성어)에 입문했다. 우씨는 한 갤러리에 방문해 김수빈 작가의 그림 ‘별이 빛나는 밤에’의 지분 450만원어치를 사들였다. 우씨는 “작품 가격 책정이나 가치 상승 측면에서 아트테크는 합리적인 투자 수단이라고 본다”며 “나중에는 돈을 더 모아 미술품 하나를 통째로 사고 싶은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아트테크는 과거부터 고액 자산가들이 애용하는 대체투자(주식과 채권을 제외한 투자 방식)의 한 종류다.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어 진입 장벽은 있으나 장기간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게다가 세제 혜택도 갖춰 오랜 시간 기업가와 노년 자산가들이 애호한 재테크다. 최근에는 초년 작가의 작품에 투자하거나 유명 작가 작품을 조각투자하는 방법을 찾는 30~40대 소액 투자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아트테크의 장점은 세금 감면이다. 미술품은 부동산과 달리 보유세 및 취득세가 없다. 대신 미술품을 양도해 번 돈에 대해선 기타소득세가 붙는다. 이때, 양도하는 미술품 가격이 6000만원 이하면 기타소득세도 매기지 않는다.

6000만원 이상의 미술품을 양도했더라도 일부 경비 처리가 가능해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양도가액 1억원까지는 90%를 경비로 인정한다. 1억원이 넘는 미술품의 경우 1억원까지는 90%, 초과분에 대해서는 80% 경비로 인정된다. 경비 처리가 가능한 부분을 빼고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 기타소득세가 붙는다.

예를 들어 A씨가 5000만원에 산 미술품을 2억원에 양도했다고 가정하자. A씨가 거둔 차익은 1억5000만원이지만 과세는 2억원을 기준으로 매겨진다. 2억원 중 1억원은 경비 90%(9000만원), 나머지 1억원은 경비 80%(7200만원)가 인정돼 공제된다. 즉, 2억원 중 1억6200만원이 공제되고 나머지 3800만원에 대해서만 기타소득세가 붙는다. 3800만원에 기타소득세율 20%를 적용하면 A씨가 내야 하는 세금은 760만원이다.

아울러 아트테크는 장기적인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유명 미술품은 관리만 잘하면 감가상각 없이 가치가 오른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술품 가격은 평균적으로 1년에 13%가량 가격이 상승한다. 세금을 아끼는 투자 수단인 데다, 가치 상승을 노릴 수 있고, 사들인 미술품으로 공간을 꾸밀 수도 있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지난 7월 10일, 서울 후암동에 있는 화이트스톤 갤러리에서 최아희 작가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김태호 기자

미술품 투자를 고려하더라도 투자 첫 단계부터 막막하다면 갤러리 방문을 추천한다. 갤러리는 미술관과 달리 전시와 함께 상업적 목적의 미술품 매매가 가능한 곳이다. 전시하는 작품을 구매할 수도 있으며 전시 중인 작품이 아닌 갤러리 보유 작품도 구매할 수 있다. 전시 작품 중 작품 설명에 빨간색 동그라미 스티커가 붙어있다면 그 작품은 이미 팔렸음을 의미한다.

갤러리에서 미술품을 사는 게 문턱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미술품 구매 절차는 소비재 구매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갤러리에 방문하거나 방문 전 통화로 갤러리스트(갤러리 직원)에게 문의하면 갤러리스트가 안내를 도와준다. 작품에 대한 설명은 물론 구매 및 수령 방법도 자세히 안내받을 수 있다. 투자자는 신용카드 혹은 통장 입금 등의 방법으로 미술품을 구매할 수 있다.

아트페어에 방문한다면 한 장소에서 수많은 작품을 비교하고 고를 수 있다. 아트페어 주최 측은 통상 갤러리 참가 자격 조건을 둔다. 아트페어에 참가한 갤러리들은 작품 선정 및 고객 응대 등이 입증된 업체다. 그렇기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검증된 갤러리를 만나 양질의 작품을 비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트페어에서 미술품을 고르는 방식 역시 각 부스의 갤러리스트 도움을 받으면 된다.

전문가들은 아트테크에 정도(正道)가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작품 가격은 작품 형태, 작품 크기, 작가의 명성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갤러리 기준 작품 한 점 가격이 수백만원이라면 저가에 속한다. 고가의 작품은 수십억원에 육박하기도 한다. 갤러리 측에서 작품의 역사와 가치를 설명하지만 해당 작품에 그만큼 돈을 쏟을 가치가 있는지 최종 판단하는 것은 투자자의 몫이다.

지난 7월 10일, 서울 후암동에 있는 화이트스톤 갤러리에 일본의 유명 작가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작품이 전시돼 있다. /김태호 기자

가격 변동성이 큰 점도 투자자들이 유의해야 한다. 미술품의 시세 역시 거시경제의 영향을 받는다. 세계 경제에 유동성이 줄어들면 미술 시장에 풀리는 돈이 줄어 가치 상승 속도도 더뎌진다. 아무리 유명 작가의 작품이더라도 평단의 인정을 받지 못한 작품은 가치가 오히려 떨어지기도 한다. 지금 시점에서 인정받지 못한 작가의 작품이 10년 후, 급격하게 가격이 오르기도 한다.

미술 시장 관계자는 “일본의 유명 작가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들도 1980년대에는 시장에서 인기가 없다가 1990년대쯤부터 급격히 가격이 올랐다”며 “2008년 세계 경제 위기 때는 가격이 내려가고 그 후 다시 가치가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아트테크에 접근할 때, 단기 투자 용도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당부한다. 대신 좋아하는 작가와 미술계를 지원한다는 생각으로 길게 시간을 두고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한다. 박지영 화이트스톤 갤러리 디렉터는 “큰돈 들여 미술품을 샀는데 시세가 떨어진 경우, 작품을 볼 때마다 잃은 돈만 생각난다면 건강한 투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디렉터는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선 작가 명성에만 현혹되지 말고 투자자가 직접 발품을 팔아야 한다”며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평단의 인정을 받는 작가의 작품이라면 가치 상승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