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택자인 70대 김모씨는 서울 소재 시가 20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딸에게 넘기고 귀향할 계획을 세웠다. 무주택자인 딸에게 아파트를 싼값에 양도하고, 동시에 노후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김씨의 목표다. 문제는 세금이다. 가족 간 부동산 거래가 ‘증여’로 간주될 경우 증여세를 내야 한다. 되려 증여세 폭탄을 맞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김씨의 사례를 통해 ‘저가 양도’ 시 유의할 점을 살펴보자.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다시 상승하며 자녀에게 시가보다 싸게 부동산을 넘기는 저가 양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반 증여와 비교해 세금이 적게 매겨져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그러나 국세청은 가족 간의 부동산 양·수도를 일반적인 거래로 취급하지 않고 일단 증여로 추정하기 때문에 ‘매매’임을 입증해야 하고, 입증하지 못 할 경우엔 증여세를 물어야 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 일반 증여와 비교해 세금 6억 절감 효과
김씨가 보유한 아파트를 17억원에 딸에게 저가 양도했다고 가정해 보자. 시가보다 싼값에 아파트를 취득하게 된 김씨의 딸은 증여세를 내야 할 수 있다. 증여세법에 따르면 특수관계자로부터 재산을 시가보다 싸게 살 경우 ‘시가와 거래가의 차액’에서 기준 금액을 뺀 금액에 대해선 증여세를 부과하기 때문이다.
이 사례에서 ‘시가와 거래가의 차액’은 3억원(20억원-17억원)이며, 기준 금액(시가의 30% 또는 3억원 중 적은 금액)은 3억원이 적용된다. 여기서 발생하는 차액은 ‘0원’이다. 이 경우 김씨의 딸이 내야 할 증여세는 없다. 만약 김씨가 이 아파트를 16억원에 딸에게 양도할 경우, 차액 1억원(4억원-3억원)에 대한 증여세 485만원을 김씨의 딸이 내야 한다.
김씨는 자산 이전에 따른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데, ‘부당행위계산 부인’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부당행위계산 부인이란 세금을 부당하게 적게 내기 위한 행위에 대해선 국세청이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시가와 거래가의 차액이 3억원 이상이거나 시가의 100분의 5에 상당하는 금액 이상일 경우가 해당된다. 국세청은 조세 회피 행위를 막고 과세 형평성 제고를 위해 부당행위계산 부인일 경우 거래가가 아닌 시가를 기준으로 양도세를 매긴다.
김씨가 17억원에 아파트를 딸에게 양도할 경우 이 차액이 3억원을 넘기 때문에 부당행위계산 부인이 적용돼 양도세가 매겨지는 가액은 17억원이 아닌 ‘20억원’이 된다. 김씨가 이 아파트를 10억원에 취득, 보유 및 거주 기간이 10년이 넘었다고 가정하면 장기보유특별공제 80%가 적용돼 내야 할 양도세는 1500만원이 된다. 김씨가 딸에게 아파트를 매매가 아닌 ‘일반 증여’할 경우 내야 하는 증여세는 6억원가량이다. 저가 양도를 잘 활용하면 상당한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셈이다.
◇ ”통장 거래내역 등 증빙자료 잘 보관해야”
다만 주의해야 할 점이 많다. 가족 간 부동산 거래는 일단 증여로 추정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당사자들은 해당 거래가 증여가 아닌 매매라는 걸 입증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일반적인 부동산 거래와 같이 매매 계약서를 작성하고 계약금과 잔금은 계좌이체를 통해 입금하는 방식으로 거래 명세를 남겨둬야 한다. 증빙 자료를 잘 보관해 둬야 혹시 모를 세무 당국의 조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절세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자녀가 ‘별도 세대’ 요건을 충족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아파트를 2채 보유하고 있는 매도자가 세대 분리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녀에게 아파트를 넘기면 1세대 2주택이 돼 양도세 비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적용받지 못할 경우 김씨가 같은 조건에서 내야 할 양도세는 3억2000만원가량이다.
소득이 없는 20대 대학생 자녀를 세대 분리한 경우 별도 세대 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나, 세법에 따르면 만 30세 미만, 일정 소득이 없는 미혼 자녀의 경우 주소가 달라도 동일 세대로 간주해 이 점을 유의해야 한다.
☞ 저가 양도
저가 양도란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자산을 파는 것을 뜻한다. 국세청은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 등 가족 간 부동산 거래 시 시가와 거래가의 차액에서 세법에서 정한 기준 금액을 차감해 증여세를 부과한다. 기준 금액은 시가의 30% 또는 3억원 중 적은 금액을 적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