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 '공동현관 프리패스'가 설치되어 경찰이 동작하는지 확인하고 있다. /중구 제공

서울 중구는 중부경찰서와 협력해 13개 아파트 단지에 전국 최초로 ‘공동주택 공동현관 프리패스’를 도입한다고 23일 밝혔다. 공동현관에 수신기를 설치해 긴급한 상황이 발생한 출동한 경찰관이 무선 리모컨으로 문을 신속하게 열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경찰이 긴급 상황이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고 아파트 단지에 신속하게 출동하더라도 공동현관 문을 열지 못하면 현장에 바로 진입할 수 없어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2022년 긴급자동차 전용 번호판 제도가 도입돼 아파트 단지 입구 차단기는 자동으로 개방되고 있지만 공동현관은 경비원이나 신고자가 열어줘야 한다. 중구에 따르면 현직 경찰관 96%가 공동현관 출입문을 바로 열지 못해 현장 도착 시간이 지연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중구가 도입한 ‘공동주택 공동현관 프리패스’는 무선 리모컨 방식을 이용한다.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사전에 등록해 공유하는 방식보다 비빌번호 유출과 사생활 침해 우려가 적다. 무선 리모컨은 순찰차 1대당 1개씩 지급한다. 차량 스마트키와 연결해 함께 보관하며, 주·야 교대 시 인수인계해 24시간 관리한다. 중구는 무선 리모컨이 복제되거나 해킹되지 않도록 캡스와 협업해 경찰 전용 수신기와 리모컨을 맞춤 제작했다.

이번 사업은 중구와 경찰이 협업해 만든 성과다. 경찰이 아이디어를 냈고, 중구가 아파트 단지 측과 만나고 예산을 지원했다. 중부경찰서는 지난달 28일 아파트 단지 입주민과 관리사무소장을 대상으로 주민설명회를 열고 설득에 나섰다.

그 결과 지난 15일 기준 약수하이츠, 신당삼성, 신당현대, 래미안신당하이베르, 남산센트럴자이 등 13개 아파트 단지가 신청했다. 중구는 이들 단지에 다음달 수신기를 설치하고, 11월쯤 중부경찰서와 사업 효과성을 분석한다. 내년부터는 남대문경찰서 관할 아파트 단지로 사업을 확대 시행한다.

중구는 이 사업으로 경찰 신고 접수 후 현장 도착까지 걸리는 시간이 1분 이상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중구 관계자는 “위급 상황에서 1분은 누군가의 생사를 가를 수도 있는 시간이어서 단 몇 초의 단축이라도 의미가 크다”고 했다. 김길성 중구청장은 “단 몇 초의 골든타임이라도 확보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과 재원을 투입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