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의 한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경찰 A씨는 최근 “10대 미만 초등학생들이 저녁 시간대에 소액의 물건을 계속해서 훔치니 그 시간대에 출동해달라”는 민원을 받고, 매장 중심으로 순찰을 강화했다. A씨는 “절도 범죄는 예방해야 하지만, 상시 순찰을 하다 보면 업무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라며 “무인점포 업주가 상주 직원이나 경비원을 고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강원 원주시의 한 무인점포에서 A(16)군이 난동 피운 직후 모습./연합뉴스

점원 없이 운영하는 무인점포가 늘면서 경찰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일선 경찰서에서 처리해야 하는 소액 절도 사건이 증가로 순찰 부담이 늘어나자, 점주가 부담해야 할 매장 경비·관리 책임을 경찰 치안에 전가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무인점포는 진입장벽이 낮은 자영업이다. 16㎡가량 공간에 임대료를 제외하고 2000만~3000만원대 초기 투자금만 있으면 창업을 할 수 있고, 인건비도 들지 않는다. 이달 기준 국내 무인점포 수만 6323개다.

그러나 경비 대책이라곤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는 것 외에 전무해 도난 범죄가 끊이질 않고 있다. 사소한 분쟁부터 소액 절도까지 범죄 해결은 모두 경찰이 떠안아야 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무인 매장 절도 사건은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21년(3~12월) 3514건에서 2022년(1~12월) 6018건으로 배 가까이 늘었다. 이는 경찰이 한시적으로 취합한 통계로 이전 이후 통계 자료는 없지만, 무인점포가 계속해서 생겨나면서 지난해에도 관련 범죄가 꾸준히 있었을 것이란 전망이다.

무인점포 절도 사건의 특징은 피해 금액이 소액인 데다 피의자 상당수가 10대 또는 그 이하여서 처벌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CCTV 화면만으로 절도범을 붙잡는데도 시간이 상당히 소요되는데, 범인을 잡더라도 대부분 촉법소년이라 훈방 조치에 그친다. 500~1000원대 소액 절도인 경우 차라리 본인이 돈을 대신 내주고 싶은 심경이라는 형사도 있다. 경찰 내부망에는 “누군가 냉동고 문을 열고 갔으니 경찰 보고 닫아달라는 신고도 한다” 등 무인점포에 대한 불만 글이 빗발치고 있다.

지난 24일 서울 마포구에서 순찰을 하던 한 경찰은 “순찰 요청이 와서 출동해 보면 특이사항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가 사설 경비원도 아닌데 소액 위주 사건에 매달리다 보면 정작 수사력이 필요할 때 대처가 미흡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선 일부 점주들이 인건비와 보안 관련 비용 절감하기 위해 경찰에게 ‘치안 외주화’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시민 안전과 재산권 침해를 지키는 것이 경찰이 책임인 것은 맞으나 개인의 수익 활동을 위해 공권력을 투입하는 건 옳지 않다”며 “무인점포 관리 협의체를 구성해 민간 경비 인력을 고용하는 방식이 함께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