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3년도 지방의회 종합청렴도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방자치단체 공직자, 산하기관 임직원, 의회 사무처 직원들이 지방의회로부터 ‘부당한 업무처리 요구’를 4300건 넘게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방의회와 관련된 업무를 하는 공직자 100명 중 15명이 부패를 경험했고, 경기 안성시에서는 10명 중 4명이 경험했다. 지방의원이 구속되면 직장인의 월급에 해당하는 의정비 지급을 제한하는 조항을 마련한 지방의회도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4일 시·도 의회 17개와 시 단위 기초 지자체 의회 75개 등 총 92개 지방의회 종합청렴도를 평가한 결과를 발표했다. 지역 주민 2만명과 직무 관련 공직자 7000명, 단체·전문가 7000명 등 총 3만4000명을 설문조사했다.

지난해 지방의회 종합청렴도는 68.5점(100점 만점)으로 나타났다. 행정기관·공직유관단체(80.5점)보다 크게 낮다. 지역 주민과 공직자 등 업무 관련자가 평가한 청렴체감도는 66.5좀에 그쳤다.

종합청렴도 1등급을 받은 광역 의회는 경북의회 1곳뿐이었다. 기초 시의회 중에서는 강원 동해시, 경기 동두천시, 전남 광양시가 1등급이었다. 반면 강원도의회, 경기도의회, 강원 태백시의회, 경기 성남시의회, 수원시의회, 이천시의회, 경북 안동시의회, 경북 포항시의회 등 8곳은 종합 청렴도가 최하위인 5등급이었다.

지자체 공직자와 산하기관 임직원, 의회 사무처 직원 등이 의정활동과 관련해 부패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부패경험률)은 15.5%로 나타났다. 498개 중앙행정기관·지자체·시도교육청·공직유관단체 부패경험률은 외부 민원인 0.4%, 내부 공직자 2.0%인 것에 비해 크게 높은 것이다.

지방의회로부터 업무 처리 요구 등 갑질을 경험했다는 비율이 16.3%로 가장 높았다. 계약업체 선정 시 부당한 관여(9.9%), 특혜를 위한 부당 개입(8.4%) 등도 많았다. 지방의원들이 이해충돌방지법과 행동강령을 위반하는 상황이 여전히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역 지자체 의회보다 기초 시의회에서 부패경험률이 더 높았다. 부패경험률은 경기 안성시의회가 38.2%로 가장 높았고, 이어 전북 군산시의회(37.2%), 강원 태백시의회(33.7%), 경북 김천시의회(29.2%), 전북 김제시의회(26.7%), 충북 충주시의회·경북 구미시의회(25%), 충남 계룡시의회(24.2%), 경북 영천시의회(23.6%), 경북 포항시의회(23.4%) 순이었다.

응답자들이 꼽은 부패 경험 중 ‘권한을 넘어선 부당한 업무처리 요구’는 4337회에 달했다. 이런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평균 3.8회 이런 요구를 받았다. ‘계약업체 선정시 부당한 관여’는 4430회, ‘특혜를 위한 부당한 압력’은 1967회, ‘사적 이익을 위한 정보 요청’은 1007회로 집계됐다.

92개 지방의회의 청렴 노력도 평균 점수는 77.2점에 그쳤다. 행정기관·공직유관단체 평균(82.2점)보다 낮다. 징계 처분을 받은 지방의원에게 의정비를 감액 지급하는 규정을 마련한 곳은 31개(33.7%)에 불과했다. 구속된 지방의원에게 의정비 지급을 제한하는 조항을 마련한 곳은 41개(44.6%)에 그쳤다. 절반이 넘는 지방의회에서 지방의원이 구속되더라도 월급을 받는 셈이다.

권익위는 이번 평가에서 지방의회 청렴 수준이 매우 낮은 점에 주목해 ‘지방의회 반부패 특별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기로 했다. 올해 1분기에 ‘지방 토착 카르텔’을 근절하기 위해 전방위적 점검을 강도 높게 실시하고, 청렴 교육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정승윤 권익위원장 직무대리는 “이해충돌방지법 시행 2년 차임에도 지방의회 의원들의 인식이 낮아 청렴도 향상에 심각한 저해 요인이 되고 있다”며 “지방의회 전체 대상 청렴도 평가를 통해 부패 취약 분야를 집중적으로 개선하고 지속적인 평가가 가능해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