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뒤 위례신도시를 달릴 트램(노면 전차) 주요 부품이 중국산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는데, 부품 제작사는 중국 인민해방군과 관련이 있어 미국에서는 ‘블랙 리스트’에 오른 기업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4년 뒤 부품을 교체해야 할 때 국산으로 바꾸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위례선 트램 차량과 정거장 조감도. /서울시

위례선은 서울 송파구와 경기 성남시·하남시에 걸쳐 있는 위례신도시에 마천~복정·남위례 구간 총 연장 5.4㎞(지선 0.7㎞ 포함)에 12개 역을 가진 노면전차 노선이다. 지난해 12월 착공했고, 2025년 9월 개통 예정이다. 위례선 트램 차량 9편성은 2021년 12월 우진산전이 343억7100만원에 수주했다.

8일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소영철 의원이 서울시에서 제출받은 우진산전의 ‘위례선 트램 차량 부품 공급자 목록’을 보면, 견인전동기는 중국의 ‘시대전기’가, 제동시스템은 ‘중궈중차(CRRC) 브레이킹’이 공급한다. 시대전기는 CRRC의 자회사로, 자동차의 엔진과 브레이크를 모두 CRRC에 맡기는 셈이다.

이밖에 프레임·윤축은 CRRC주저우기관차, 관절장치는 주저우고프론트제동장비에서 공급받는다. 모두 중국 기업이다. 의자, 문, 냉난방장치, 조명 등도 중국 기업 부품을 쓴다. 부품 31종 가운데 14종(45.2%)이 중국산이다.

CRRC는 중국 국영기업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철도 차량 제조사다. 그런데 미국 국방부는 지난해 10월 CRRC를 중국 인민해방군과 관련된 군사 기업으로 간주하는 명단에 올렸다. 이 명단은 미국에서 직간접적으로 활동하는 군·민간 융합 연관 기업을 찾아내도록 한 국방수권법(NDAA)에 따른 것이다. 명단에 오른 기업 주식은 미국에서 거래가 금지되고, 미국 상무부는 이 기업들과 미국 기업의 거래를 제한할 수 있다. 이 명단에는 화웨이와 세계 최대 규모 소비자 드론 업체 DJI도 포함돼 있다.

서울시 측은 위례선 트램 주요 부품을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기업이 납품한다는 사실을 최근까지 알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보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은 전날 시의회 교통위원회 도시기반시설본부 행정사무감사에서 소 의원으로부터 ‘CRRC가 미 국방부 제제 리스트에 오른 기업인 것을 아느냐’는 질문에 “이번에 알게 됐다”고 말했다.

소 의원은 CRRC가 우진산전에 공급하는 부품이 금액 기준으로는 수주액의 24.9%라면서, “전동견인기와 제동시스템, 윤축 같은 핵심 부품이 미 국방부자 게재하는 CRRC가 납품해 대한민국 트램에 장착된다는 것은 국제적으로 우려스럽다”고 했다. 그러자 김 본부장은 “제일 중요한 것은 제어 장치”라며 “중국산 부품은 기계 장치”라고 했다.

김 본부장은 ‘중국산 부품을 대체할 수 있느냐’는 소 의원 질의에 “견인전동기와 제동시스템, 프레임·윤축을 중국산을 쓰는데, 국내 업체가 3~4년이면 국산화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4년 내에 부품 교체 주기가 온다. 교체하는 부품은 다 국산화하도록 업체와 협약을 맺었다”며 “교체 시기가 도래하는 부분부터 모두 국산화하겠다”고 답했다.

지난 4월 13일 오전 위례신도시 위례중앙광장에서 열린 트램 착공식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등 참석자들이 착공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서울시

위례선 트램 차량에 중국산 부품이 대거 쓰인 것은 단가 문제가 꼽힌다. 최저가 입찰 원칙을 지키다 보니, 물량을 따내려 국산 대신 중국산 부품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사업은 제안서 평가에서 적격 기준 85점 이상만 받으면 최저가를 써낸 업체가 낙찰받는 2단계 기술·가격 분리 입찰 방식으로 진행됐다. 우진산전과 다원시스가 입찰에 응해 85점 이상을 받았고, 우진산전이 다원시스(389억9000만원)보다 46억1900만원 더 낮은 가격을 써내 수주했다.

서울시는 이런 입찰 방식도 바꾸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 본부장은 “저희가 봤을 때 (위례선 트램 차량 낙찰가가) 시장 가격하고 안 맞는다. 그래서 (입찰에서) 세 번 유찰됐다”며 “어느 정도 기술력을 위주로 평가해야 한다. 고가의 열차 제어 장치를 포함한 차량을 싼 가격에 (수주)한다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