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도록 지원한다며 정부에서 보조금을 받아 미국 출장을 떠나 아들과 며느리를 만나고 온 사단법인 이사장 등 부정수급 사례가 적발됐다. 한 시민단체는 세월호 참사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공동체 회복 보조금을 멋대로 썼다가 적발됐다.

감사원은 17일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17~2021년 국고보조금 집행 현황에 대해 집중감사를 벌여 이 같은 담긴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 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감사원은 신속한 수사가 필요한 사안은 올해 3월부터 4차례에 걸쳐 횡령, 사기, 보조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수사 요청했다. 수사의뢰한 대상은 10개 민간단체 73명이다.

감사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등 관계 부처에 “보조금 교부 취소·반환 등 시정을 명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서울 종로구 감사원. /뉴스1

◇해외 여행 중 급여 받은 ‘위안부 유네스코 등재 지원’ 책임자

감사원에 따르면 여성가족부는 ‘위안부의 목소리’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지원하기 위해 사단법인과 재단법인 형태의 민간단체 2곳을 보조사업자로 선정하고 2018~2021년 4년간 국고보조금 4억원을 교부했다.

사단법인 이사장 A씨는 2018년 프로젝트 총괄 책임자를 맡아 주 3회 일용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인건비를 받기로 했다. 그런데 A씨는 총 근무일 100일 중 74일은 실제 근무를 하지 않은 채 임금 665만8524원을 받았다.

A씨는 미국 유학 중인 아들과 며느리를 만나기 위해 2018년 6월 18일부터 7월 11일까지 24일간 출국했다. 해외여행 중에도 근무를 한 것처럼 꾸며 급여를 타냈다. 같은 해 7월 16~18일에는 대만에, 9월 27일부터 10월 19일까지는 스위스에 머물면서 급여를 받았다.

이후에도 A씨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에 걸쳐 직접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 관련 보조사업을 수행했다. 2021년에는 상근을 하지 않으면서 9개월간 인건비 1080만원을 받아 생활비로 사용했다.

감사원은 지난 5월 A씨에 대해 사기와 보조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세월호 공동체 회복’ 사업으로 보조금 받아 홍보비·임차비로 쓴 시민단체

경기 안산시에서는 세월호피해지원법에 따라 진행된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 관련 보조금을 횡령한 시민단체 3곳이 적발됐다. 한 시민단체는 공동체 회복 보조금 약 400만원을 홍보비·임차비 등 보조금을 받은 목적과 무관한 용도에 썼다. 나머지 두 시민단체도 강사비나 영상 강의자료 제작 등에 보조금을 부적절하게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문화 관련 사업 보조단체에서는 본부장이 회계 직원과 공모해 보조금 10억5700만원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됐다. 빼돌린 돈은 자녀 사업 자금이나 손녀의 말 구입 비용, 유학비 지원 등에 사용했다. 가족이 운영하는 업체와 허위 계약을 체결하거나, 이미 출시된 제품을 새로 개발한 것처럼 꾸며내는 등의 방식으로 보조금을 횡령한 사례도 적발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정부가 지원한 국고보조금은 97조9000억원이다. 2017년보다 38조3000억원 증가한 금액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 국무회의에서 “국민 세금인 보조금을 받아 가는 사람들은 이 보조금을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반드시 정직하고 정확하게 증빙(자료)을 제출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