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조합원들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열린 '교육공무직 악성 민원 욕받이로 내모는 교육부 규탄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스1

교육부가 최근 교권침해 방지대책으로 학교 현장에서 모든 민원을 교장 직속의 민원대응팀이 전담하도록 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현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학교장의 권한과 책임이 명확하게 주어지지 않은 데다 행정업무를 주로 담당하는 교육공무직 직원들을 팀원으로 구성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교육공무직 직원들은 ‘폭탄 떠넘기기’에 불과하다며 반발하고 있고, 교사들도 결국 민원 해결을 위해선 교사들이 직접 개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10일 현장에서 모든 민원을 교장 직속의 민원대응팀이 전담하도록 하는 ‘교권침해 방지대책’을 발표했다. 교육부 안(案)에 따르면 민원대응팀은 ▲교감 ▲행정실장 ▲교육공무직 등 5명 내외로 꾸려진다. 이 팀이 민원인을 직접 응대하면서 사례를 분류하고 유형에 따라 대응하도록 하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학부모가 교사에게 직접 전화해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사례가 속출하자 접촉을 사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민원대응팀에 포함된 교육공무직 직원들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교사와 학부모의 직접 접촉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자신들에게 민원 접수·처리를 맡겨 방패막이 삼는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교육공무직 대다수는 교육지원과 행정업무만 담당하고 있어 학급 상황을 이해해야만 처리할 수 있는 민원에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전국학교비정규직 노동조합 관계자는 “학교로 민원이 제기되면 대표전화는 대부분이 교무실과 행정실이라 현재도 일부 교육공무직 직원들이 악성 민원에 시달린다. 민원대응팀은 교육공무직을 전격적으로 욕받이로 내모는 격이다”고 말했다.

일선 교사들 역시 회의적이다. 교장이 제기된 민원을 해결해야 하는 구조인데, 그간 교권보호위원회 개최를 묵살하는 행태를 보였던 교장들이 민원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오히려 민원은 담당 교사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경기 성남의 한 초등학교 교사 김모(31)씨는 “학교장 직속이라는게 의문스럽다”며 “학교장이 책임 있게 민원 처리 업무를 담당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학교생활을 지도하는 생활부장이나 담임 교사들에게 업무가 떠넘겨지는 것이 아닌지 걱정된다”며 “민원 처리는 고사하고 학급 담당 교사들이 해결하는 상황만 연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대책이 악성 민원 건수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원 처리 과정을 기존 교사에서 민원대응팀으로 바꾼 것에 불과한 데다 학교장이라 하더라도 학부모의 악성 민원을 거부하거나 즉각 처리할 권한은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학생의 폭력 행위 등 교권이 위협받는 경우 학교장 직권으로 학부모를 상담하는 ‘학부모 소환제’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아직은 논의 단계에 그치고 있어 시기상조란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학교의 관리자인 교장·교감의 권한을 강화하는 한편 학교 차원에서 해결이 불가능한 민원은 각 관할 교육지원청에서 분담하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박남기 광주교육대학교 교수는 “교장 업무 분장에 민원 대민 업무, 교권보호와 학습환경조성 및 관리 책임관 같은 책임을 명시하도록 해 학교 책임자로서 역할을 구체화해야 한다”며 “교장, 교감 등 학교의 관리자가 통제할 수 없는 민원이면 교육지원청 등에서 분담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아직 최종 확정된 방안이 아니라며 수정 가능성을 언급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공무직뿐만 아니라 교사, 학교 관리자 등의 주장을 청취해 민원대응팀과 관련한 계획을 수정, 보완하고 있다”며 “이전보다 구체화된 안을 마련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