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백수, 계피수, 초음파 퇴치기는 효과가 없는 허위 과대광고입니다. 초음파 퇴치기는 이미 수십년 전에 연구 논문에서 몇차례 효과가 없음이 증명됐습니다.” (시민 A씨가 작년 네이버 지식인에 남긴 댓글 중)

바퀴벌레·모기 등 해충이 싫어하는 초음파를 방출해 해충을 사라지게 만든다는 ‘초음파 해충 퇴치기’ 제조업체가 자사 제품이 효과가 없다고 네이버 지식인에 댓글을 단 네티즌을 고소했다가 작년 12월 패소했다. 재판부는 “해충 퇴치기 효과가 없다는 A씨 주장이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A씨가 각종 해외 논문을 근거로 제품의 실효성을 부정한 것이 거짓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A씨를 고소한 업체는 패소 후 얼마 전 유명 유튜버까지 직접 제품 검증에 나서자, 최근에서야 비로소 자사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고 환불을 하면서 과장 광고를 사실상 인정했다. 하지만 이 업체를 제외한 다수 업체가 여전히 효과성이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해충을 100% 없앤다”며 판매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중국산 제품을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형식으로 수입해 로고만 바꾼 뒤 10배가 넘는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어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

인터넷상에서 판매 중인 초음파 해충 퇴치기.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인터넷 캡처

◇ 법원 “해충 퇴치기 효과 없다는 주장, 허위라고 볼 수 없어”

초음파 해충 퇴치기는 해충들이 싫어하고 꺼리는 음파를 발생시켜 해충들이 기계 주변에서 멀어지게 만든다고 한다. 쥐가 싫어하는 5000~4만7000㎐의 전자파를 발생시켜 기계가 작동하는 집 주변으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대학에서 곤충학을 전공한 A씨는 네이버 지식인에서 곤충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2021년 6월부터 ‘초음파 해충 퇴치기는 사용해도 효과가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600여개 달았다.

그는 ‘독일바퀴와 동양쥐벼룩 방제에 대한 초음파의 효능’이라는 플로리다 대학 논문, ‘무작위 초음파 발생장치에서 방출되는 초음파에 대한 모기와 독일 바퀴벌레의 반응’이라는 캔자스 대학 논문, ‘세 가지 상업용 초음파 기기의 독일 바퀴벌레에 대한 퇴치력 부족’이라는 루이지애나 대학 논문 등을 토대로 “초음파 해충 퇴치기의 퇴치력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루이지애나 대학 연구진은 “제조업체는 초음파 장치가 독일 바퀴벌레를 비롯한 많은 유형의 해충을 제어하거나 격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서도 “이러한 장치의 성능에 대한 과학적 데이터는 심각하게 부족하다”고 했다.

이에 초음파 해충 탐지기를 판매하던 B 업체는 이 같은 내용이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하며 ‘신용훼손 및 명예훼손 금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5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또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법원은 작년 12월 B 업체 신청을 기각하며 A씨 손을 들어줬다. 사건을 심리한 광주지법은 “해충 퇴치기 효과가 없다는 A씨 주장이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A씨가 제출한 해외 연구논문 등을 검토한 재판부는 “초음파 해충 퇴치기에 관해 유용한지에 대한 학술적 논쟁이 오래 전부터 계속되어 왔다. 그 효과가 과학적으로 분명하게 검증되었다거나 정설로 인정되는 이론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경찰도 혐의없음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패소한 B 업체는 항소장을 제출했다. 그러나 구독자 109만명을 보유한 유튜버 ‘사망여우TV’가 B 업체에서 만든 초음파 해충 퇴치기를 직접 사용·실험해본 결과 효과가 없었다는 내용의 콘텐츠를 지난달 24일 공개하자 항소를 취하하고 사과문을 올린 뒤 환불하겠다고 밝혔다.

◇ “인증 받았습니다” 허위광고 여전…효과 없어도 판매 가능

이번 판결은 법원이 초음파 해충 탐지기의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지만, 여전히 다수 업체가 “효과가 100%”, “초음파로 완벽하게 해충을 퇴치한다”, “국내 최초로 인증을 받았다” 등 과장광고를 하면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한 업체는 22~65㎑의 변칙적 초음파를 발생시켜 쥐·바퀴벌레를 퇴치한다는 초음파 해충 퇴치기를 약 3만원에 판매하면서 국내 최초로 ‘Q마크’ 인증을 받았다고 홍보하고 있었다. 이 업체는 품질인증지정서를 공개하면서 신뢰성·구조·성능·안전시험에 모두 통과했다고 했다. Q마크는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제조·판매·유통하는 업체를 대상으로 품질을 인증해주는 제도다. 공신력 있는 기관이 해충 퇴치의 효과성을 인정했다고 오해할 소지가 있는 대목이다.

대학에서 곤충학을 전공한 A씨는 2021년 6월부터 네이버 지식인에서 '초음파 해충 퇴치기는 효과가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달고 있다./네이버 캡처

그러나 확인 결과 이 업체가 받은 Q마크는 효과성과는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업체에 Q마크 인증을 해준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의 한 관계자는 “Q마크는 어떤 제품을 만드는 데 품질관리가 잘 되고 있는지를 검증해 부여하는 것”이라며 “Q마크를 받았다 해서 초음파로 해충을 퇴치할 수 있다는 입증이 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대광고로 보인다”며 “나중에 관련 내용이 접수되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산 제품을 OEM 형식으로 수입해 10배 비싸게 판매하고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 업체는 중국 광동 선전시에 위치한 ‘FASCENT Technology’라는 중국 제조업체가 만든 해충 퇴치기를 수입해 로고만 바꾼 채 판매하고 있었다. 중국 업체는 이 기계를 100개 이상 구매할 경우 개당 한화 약 4174원에 판매했는데, 이 기계는 시중에서 최고 4만원에 판매된다.

중국 업체가 제조한 기계도 효과성은 확인할 수 없었다. 중국 업체는 판매하는 초음파 해충 퇴치기가 CE·ROHS·FCC·PSE 등 각종 국제인증을 받았다고 했지만, 이는 판매되는 제품에 유해한 화학물질이 있는지 여부나 전파발생 기준을 지켰는지 등 안전규정일 뿐 효과성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국내 업체 대다수도 초음파 해충 퇴치기를 ‘국내KC인증 제품’이라고 홍보하지만, 인체에 무해하다는 점만 알 수 있을 뿐이다.

한 업체가 판매하고 있는 초음파 해충 퇴치기(왼쪽)와 중국의 한 제조업체가 판매하고 있는 초음파 해충 퇴치기(오른쪽). 동일한 제품을 싼 가격에 들여와 약 10배 비싸게 판매하고 있다. 인터넷상에서 'Add TEXT'를 클릭하면 손쉽게 로고를 넣을 수 있다./인터넷 캡처.

이 같은 초음파 해충 퇴치기가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이유는 효과성이 입증되지 않아도 물건을 판매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초음파 해충 퇴치기 등 전자기기를 판매하려면 안전성 검사만 받으면 되고, 성능검사까지 필수적으로 받을 필요는 없다. 안전성만 확보되면 효과가 있든 없든 판매해도 되는 셈이다.

전자기기 성능시험을 하는 한 기관의 관계자는 “업체가 자신들이 판매하는 제품이 뛰어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성능시험을 의뢰하고 그 결과를 홍보하는 경우는 있다”면서도 “성능시험을 받아야만 물건을 판매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국가에서 강제하는 인증을 받으면 일단 물건은 판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은 정부가 물건 판매 자체를 금지할 수는 없어도 효과에 대한 논란이 있는 만큼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앞서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2003년 새로운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이상 미국 내 초음파 해충 퇴치기가 해충 퇴치에 효과적이라고 광고하는 것을 금지한 바 있다.

초음파 해충 퇴치기 제조업체로부터 소송을 당했던 A씨는 “절박한 소비자들 심정을 이용해 꾸준히 사용하다 보면 효과가 있을 거라는 희망고문을 하는데, 결국 퇴치도 못하고 돈만 날리니 마음이 아팠다”며 “과거 이 부분을 공론화시키기 위해 노력을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단순히 속았다고 끝내는 게 아니라 확실하게 기업들이 책임질 수 있는 사례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