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서울 마포구의 '차 없는 거리'에 공유 전동킥보드가 불법주차돼 있다. 전동킥보드는 자동차로 분류돼 차 없는 거리에 들어갈 수 없지만, 누군가 사용한 뒤 이곳에 방치한 것./조연우 기자

지난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차 없는 거리’ 보도 정중앙에 전동킥보드 1대가 주차돼 있었다. 전동킥보드는 현행법상 차량으로 분류돼 차 없는 거리에 들어올 수 없지만, 누군가 이곳까지 타고 와 길가에 방치한 것이다.

시민들은 전동킥보드를 피하려고 이리저리 움직이며 길을 걸어야 했다. 이곳에서 만난 최 모(57) 씨는 “전동킥보드가 길을 막고 있어 차에 내린 다음에 직접 옮긴 적도 있다”고 했다. 서울 동작구에 거주하는 나 모(29) 씨는 “한강공원에서 자전거를 타다 골목에 버려진 전동킥보드에 걸려 넘어질 뻔한 적이 있다”며 “천천히 달리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사고가 나도 주인 없는 킥보드라 따질 사람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횡단보도나 도로 위에 방치된 전동킥보드가 시민들의 통행을 방해하고 있다. 불특정 다수가 공유해 쓰는 전동킥보드 이용자는 늘어나는데, 정확한 주·정차 방법은 홍보조차 되지 않고 제대로 된 단속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어쩌다 단속에 걸려도 범칙금은 2만원에 불과해 이용자의 경각심을 일으키기에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 서울 시내 전동킥보드 5.5만대...불법 주정차로 견인 급증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에서 민간사업자가 운행하는 공유 전동킥보드 대수는 2018년 150대에서 2021년 5만5499대로 늘었다. 불법 주·정차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시가 불법주차된 전동킥보드를 견인한 건수는 2021년 7월 1353건에서 2022년 1월 5620건으로 4배 넘게 증가했다. 견인장소는 버스정류장·보도 중앙·점자블록·횡단보도·건물·지하철역 등이 대다수였다.

공유 전동킥보드는 지정된 주차 구역이 없고, 지자체가 정한 주정차 불가능 지역을 제외한 곳에 세워두면 또 다른 이용자가 사용하는 시스템이다. 서울시의 주정차 금지구역은 ▲교차로·횡단보도·건널목 ▲보도와 차도가 구분된 도로의 보도 ▲교차로 가장자리에 도로의 모퉁이로부터 5m 이내인 곳 ▲건널목의 가장자리 또는 횡단보도로부터 10m 이내다.

그러나 상당수 이용자는 주정차 금지구역의 존재 여부를 알지 못한 채 전동킥보드를 사용한 뒤 지하철역 입구나 버스정류장 인근 보도에 그대로 세워놓고 있었다. 전동킥보드를 자주 사용한다는 직장인 김 모(29) 씨는 전동킥보드 주정차 금지구역을 아냐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고 했고, 또 다른 직장인 이 모(34) 씨는 “다른 사람들도 이용해야 하니까 사람들 눈에 띄는 곳에 세워둬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거리낌 없이 불법 주정차를 하는 이들이 줄지 않는 건 경찰 단속이 제한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전동킥보드 이용자가 어디로 갔는지 경로를 추적하기도 쉽지 않고 설령 적발한다 해도 범칙금은 2만원에 불과하다. 한 교통경찰관은 “민원이 들어와도 웬만해선 주의만 주고 돌려보낸다. 따로 단속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전동킥보드 불법주차를 줄이기 위해 범칙금 수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교통 관련 전문 변호사는 “현실적으로 범칙금이 2만원 소량이라 단속도 안 하고 문제 인식을 못하는 것 같다”며 “철저하게 단속하고 벌금을 높여서 경각심을 심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