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이모(23)씨는 최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 찻집에서 파는 1인 3만5000원짜리 ‘티(tea) 코스’를 예약해 어머니와 함께 다녀왔다. 약 1시간 30분에 걸쳐 백차와 녹차, 보이차 등의 다양한 차를 양갱과 다식 등의 다과를 곁들여 순서대로 즐기는 방식이다. 워낙 인기가 많은 상품이라 한달 전에 차케팅(차와 티켓팅을 합한 말)에 겨우 성공했다.

이씨는 “일반적인 오마카세나 호텔 부페같은 문화보다 더 저렴한데 감성과 함께 차 문화를 배울 수 있어 색다른 경험으로 아주 좋았다”면서 “분기별로 티 종류와 음식도 바뀌어서 자주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MZ(밀레니얼+Z세대, 1980~2010년생)세대 사이에서 차(茶)나 커피 오마카세(맡김차림)가 인기다. 오마카세는 주방장 특선이라는 뜻의 일본어인데 요리사에게 온전히 메뉴를 맡기고, 요리사는 엄선된 재료로 만들어진 요리를 코스로 서빙하는 형태를 뜻한다. 초밥 오마카세 유행을 시작으로 소고기나 한식을 거쳐 커피나 차까지 확장되는 모양새다.

티 코스를 제공하는 서울 한 카페의 메뉴./SNS 캡쳐

커피나 차 오마카세의 경우 다양한 종류의 찻잎과 원두로 만들어진 가게 만의 특별한 음료들을 다과를 함께 즐기는 식이다. 다양한 산지에서 난 각기 다른 발효도의 찻잎과 허브 등을 이용한 블렌딩 티와 지리, 기후, 생산지 등의 특별한 환경에서 자란 고급 스페셜티 원두를 독특하고 개성있는 음료로 맛볼 수 있어 인기다.

이같은 음료 오마카세 문화는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를 중심으로 전국에 퍼져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모바일 예약 어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미리 예약을 받는데 인기가 많은 곳은 일주일 전에 예약을 해도 자리 잡기가 어렵다. 주로 가격대는 4만원대 아래에서 형성되어 있다. 3잔에서 4잔의 음료가 순서대로 나오고 가벼운 다과나 식사가 곁들여지는 식이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카페에서는 ‘티 세레모니’라는 이름으로 1인 3만원에 4잔의 음료와 다과 및 마무리 음식을 제공한다. 올해 봄 메뉴는 국화꽃차를 시작으로 무화과잎차, 다산 정약용이 유배 시절 즐겼다는 다산정차가 나온 뒤 마지막으로 금목서(金木犀) 홍차가 나온다. 양갱과 백설기 같은 떡이나 후식도 차에 맞춰 매번 달라진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한 카페는 ‘칵테일’을 주제로 한 커피 코스를 판매하기도 했다. 다양한 원두를 가공해 알콜이 들어있지 않아도 위스키와 같은 풍미를 내려는 시도다. 이곳은 1인 3만8000원에 총 4잔의 음료와 다과를 제공한다.

일각에서는 음료에 큰 돈을 지출하는 것이 허세가 아니냐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지만, 주소비층은 한끼에 10만원이 우습게 넘어가는 초밥이나 소고기 오마카세보다 저렴한데다 색다르고 차에 대한 설명과 함께 다도를 경험할 수 있다는 반응이다. 대학생 박모(22)씨는 “평상시에 접해보지 못한 다양한 차를 즐길 수 있어 문화적으로 성장하는 느낌”이라면서 “한끼에 15만원씩 하는 스시오마카세 같은 것 보다 훨씬 더 좋은 경험”이라고 말했다.

MZ세대 자녀가 전통적인 차 문화에 익숙한 부모님을 데리고 가는 경우도 많다. 기성 세대가 즐기는 전통찻집과는 달리 전통차를 마실 수 있으면서도 고급화되어 있어 어버이날이나 부모님 생신에 함께 가기 좋다는 것이다. 직장인 신모(32)씨는 “얼마전 장모님과 함께 식사한 뒤 부인이 예약한 티마카세집에 같이 갔는데 장모님이 매우 감동을 먹으셨다”면서 “어르신들은 식사량이 적으셔서 상대적으로 화려한 식사보다 천천히 차를 즐기시는 것을 더 선호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MZ세대는 자기 주장과 개성·취향이 선명하고 가치 소비를 하기 때문에 만족을 준다면 어디든 얼마든지 지갑을 열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 “며칠은 아껴서 먹더라도 하루는 내 취향에 맞는 경험을 하고 싶다고 하면 그렇게 소비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