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자허블(자몽 허니 블랙티) 5300원” “회사 가서 물 마시세요.”

“퍼스널 컬러 진단 4만원” “색종이 얼굴 옆에 대보세요.”

최근 ‘거지방’이라는 이름의 소셜네트워크(SNS)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 입소문을 타고 있다. 소비 절약을 목표로 모인 이들은 누군가 지출 계획을 공유하면, 다른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를 들어 반대하거나 대안을 제시해준다. 이와 함께 3000원대 편의점 도시락 매출이 급증하는 짠테크 열풍이 부는 한편 명품 소비와 해외여행 등의 보복소비가 폭발하는 모양새다.

이런 소비 행태나 소비자를 앰비슈머(Ambisumer)라고 부른다. 양면성(Ambivalent)과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다. 평소에는 가격과 성능을 꼼꼼히 따지며 소비하지만 자신이 특별히 생각하는 대상에는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것이다. 소득은 정체된 상태에서 물가가 오르면서 살림살이가 팍팍해지자 ‘실용’과 ‘자기만족’을 함께 추구하려는 과정에서 생겨난 트렌드라고 전문가들은 본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백화점 명품관 롤렉스 매장의 입장을 기다리는 시민들의 모습. 2022.1.10/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GS25·CU 등 편의점에서는 도시락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GS25에 따르면 3000원대인 ‘김혜자 도시락’ 출시일인 2월 15일부터 지난 5일까지 도시락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7% 증가했다. 출시 50일 만에 판매 개수는 300만개를 웃돌고 있다. 매출이 가장 크게 오른 곳은 직장인이 밀집한 오피스(90.7%)다. CU는 백종원 도시락 시리즈의 인기로 지난달 도시락 전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37% 급증했다.

편의점 도시락 인기는 불황을 반영한 결과다. 직장인 등이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식비부터 줄이는 짠테크에 나선 것이다. 서울 강남에서 직장을 다니는 이모(33)씨는 “인근 식당이 아무리 싸도 한끼 가격이 1만원이 넘는다. 매 끼니 식당에서 사먹으면 한달에 식비로 너무 지출이 커진다. 편의점 도시락은 맛도 어느 정도 괜찮고 가격이 절반도 되지 않으니 일주일에 두 세번은 먹는다”고 말했다.

통신사 멤버십을 이용해 할인 혜택을 받는 사람들도 부쩍 늘었다. SK텔레콤(017670)은 지난달 T멤버십 월간 이용자(MAU)가 전년 대비 35% 증가한 520만명이라고 밝혔다. 멤버십 포인트 사용처도 카페, 베이커리, 편의점에서 슈퍼, 다이소 등 생필품, 식재료 구매처로 다양해졌다. 지난 3~7일 선보인 이마트에브리데이 할인쿠폰(5000원권)은 무려 약 17만8000개가 다운로드됐다.

한편에선 명품이나 해외여행 등 큰 돈이 들어가는 소비도 늘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명품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8% 성장한 약 170억 달러(약 21조원)로 전 세계 7위를 차지했다. 국민 1인당 평균 금액으로 환산한 소비액은 325달러(약 43만원)로 전년보다 24% 증가했다. 미국(280달러·약 35만원), 중국(55달러·약 7만원)을 제치고 세계 1위 수준이다. 명품 소비 증가에 힘입어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백화점 3사는 올해 봄 정기세일 기간인 3월31일~4월16일 전년동기 대비 10% 가량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억눌렸던 해외여행 수요가 터지면서 해외항공권과 해외여행상품의 판매는 매달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 인터파크에 따르면 3월 발권된 국제선·국내선 항공권 판매액은 1613억원을 기록했다. 올 1월(1475억원)에 기록한 최고 판매치를 두 달 만에 경신했다. 3월 판매액은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281% 증가한 수치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3월(1088억원)과 비교해 보면 48%가 늘었다. G마켓에서도 올 1분기 해외항공권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750% 증가했다. 해외 여행 상품 매출도 1360% 뛰었다.

관련 업계에서는 가치를 두는 소비재에 과감하게 지출하고, 절약 가능한 소비에는 지출을 아끼는 앰비슈머 소비 트렌드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필수 소비재는 선호도나 품질의 차이가 크게 나지 않아 가격이 구매의 결정적 요인이 되지만, 사치재는 브랜드가 주는 심미적, 심리적 가치를 크게 평가하는 경향이 커졌다는 것이다.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MZ(밀레니얼+Z세대, 1980~2004년생)의 소비 트렌드는 딱 두가지인데 하나는 실용이고 또 하나는 가치”라며 “실용은 결국 가성비이지만 가치가 들어가면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가심비’란 말이 나오는 이유가 있다”며 “마음을 움직이는 곳, 자신의 가치와 취향을 위해 주머니를 여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