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33)씨는 지난달 네이버(NAVER(035420))에 헬스 관련 용품을 파는 스마트스토어를 오픈했다. 헬스를 10년 이상 한 자신의 관심사를 살려 부수익을 위한 창업을 한 것이다. 회사에서 받는 월급을 제외하고 스마트스토어 매출로 연내 2000만원의 추가 수익을 거두는 것이 목표다. 또다른 직장인 이모(32)씨는 이번 달 말부터 시작하는 구청 문화센터 ‘웹소설 클래스’에 등록했다. 옆회사 직원이 웹소설 작가로 등단해 짭짤한 수익을 얻었다는 말에 평소 상상만 하던 도전을 직접 해보기로 했다.

고금리·고물가에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창업·부업을 시도하는 직장인이 늘어나고 있다. 월급은 제자리인데 물가가 오르니 부수입원 없이는 생활이 점차 팍팍해지고 있어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거치면서 안그래도 약화되던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다시피 하고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가 확산된 것도 투잡 열풍에 불을 붙이고 있다.

창업·부업 클래스./클래스101 캡처

11일 유료 강의 플랫폼 업체인 클래스101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창업·부업 관련 클래스 수강시간 증가율은 직전 분기 대비 56% 늘었다. 이에 신규 오픈 클래스 수도 직전 분기와 비교해 30% 증가했다. 창업·부업 관련 인기 분야로는 스마트스토어, 블로그(구글 애드센스·홈페이지에 광고를 게재하고 수익을 분배받는 것),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운영, 이모티콘 제작 등이 있다.

이같은 수강률 증가세는 물가상승, 고금리 등이 겹치면서 돈 나갈 곳은 많아졌지만 월급은 크게 증가하지 않은 상황이 반영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전국 1인 이상 가구가 세금, 이자 등에 지출한 비소비지출은 월평균 95만1000원으로 전체 가계지출에서 26.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6.5%는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구성 품목 458개 중 전년 대비 가격이 오른 품목 수는 395개로 86.2%를 기록했는데, 물가 상승률이 최근 1년 새 가장 높았던 작년 7월 83.6%에서 확대된 것이다.

코로나 기간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를 선택하는 직장인들이 많아진 분위기도 투잡족 증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 조용한 퇴사란 직원들이 업무 스트레스와 미래에 대한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대신 업무에 들이는 노력과 시간을 최소화 하는 경향을 말한다. 현재 몸담고 있는 직장에선 반드시 해야 하는 업무만 처리하고 칼퇴근해 이직, 전직을 위한 준비 작업에 시간을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클래스101에서 블로그 홍보 강의를 수강하고 있는 직장인 이모(33)씨는 “본업에 지장이 안가는 선에서 여가 시간을 최대한 수익화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요즘 같은 시기에는 월급만으로 산다는 것이 미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투잡을 하고 있는 부업자는 54만7000명을 기록했다. 이 중 가정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 부업자는 36만8000명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설문조사를 보면 전국 25세~59세 남녀 1인 가구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부업을 한다고 밝힌 839명 중 86.2%는 ‘앱테크’(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 재테크)나 배달, 소셜 크리에이터, 블로거 등 최근 들어 생겨난 신생 부업에 뛰어들었다. 문서 작성이나 번역, 포장, 택배, 대리운전 등 전통적인 부업을 하는 응답자는 31%에 그쳤다.

구인·구직 플랫폼에서도 ‘투잡 가능’이라는 문구가 홍보용으로 자주 쓰인다. 직장인들이 퇴근 후에도 일을 할 수 있다는 구인 글이나 블로그 등 SNS 등을 활용한 마케팅 등 시간과 장소에 제약을 받지 않는 업무라는 설명을 써놓을수록 더 많은 구직자가 몰리고 사회생활을 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업무 소통도 더욱 원활하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불고 있는 부업 열풍이 인플레이션 등으로 인한 소득 요건 악화 때문이기는 하지만, 노동 생산성 저하, 다양하고 유연한 소득 활동에 대한 젊은층의 욕구 증가 등 구조적 요인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생산성 증가가 지속해서 둔화되고 있는데 노동 시간은 정체됐고 사람들의 몰입도는 떨어지고 있어 과거 지시하고 통제하는 기존의 노동 구조가 더 이상 효율적이지 않다”면서 “MZ세대 직장인들은 겸업을 허용하고 있는 구글처럼 유연한 노동시간과 자유로운 근무형태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젠 과거처럼 꼭 한 회사에서 일해야만 하는 구조가 아니라 점차 겸업이 허용되는 사회가 곧 온다고 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