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모(27)씨는 지난주 주말 부산 인기 빵집에서 빵을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데 성공했다. 이 빵집은 일주일에 한번 인터넷으로 빵 판매 주문을 접수하고 전국으로 빵을 배송해주는데 경쟁률이 높아 ‘빵켓팅(빵+티켓팅)’ 명소로 불린다. 빵을 인터넷에서 주문 구매해서 배송 받는 일이 콘서트 티켓팅에 견줄 만 하다는 의미다.

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빵 택배가 인기를 끌고 있다. 거리에 상관없이 인기 빵집 빵을 집에서 택배로 손쉽게 접할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방 거주민이 홍대 인기 빵집이나 수도권 거주민이 부산·광주광역시 등 지방의 빵을 소비할 수 있는 것이다.

부산 유명 빵집인 H빵집의 단팥빵. 택배 주문이 유명 가수 콘서트 티켓팅보다 성공이 어렵다는 평가다./조선DB

25일 인스타그램에 ‘빵 택배’를 검색하면 관련 게시글이 22만개 이상에 달한다. 빵 택배 맛집 관련 글도 5000개 이상이다. 이중 일부 인기 빵집이 시행하는 빵 인터넷 주문의 경우 ‘콘서트 티켓팅’ 급의 인기를 끌어 구매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다. 빵은 공장에서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한정된 수량을 한정된 시간에 판매하는 경우가 많아 인기에 비해 공급이 적기 때문이다.

지역의 맛있는 빵집을 찾는 ‘빵지순례(빵+성지순례)’ 등 문화가 유행하고 빵 소비가 늘면서 택배 주문까지 도입됐다. 마켓컬리 샛별배송 등이 익숙해지면서 집에서 주문하면 바로 다음날 배송된 빵을 바로 먹을 수 있게 됐다는 점도 유행에 작용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지역에 구애받지 않고 빵을 소비할 수 있고, 판매자 역시 추가 수익을 거둘 수 있어 양쪽 모두에게 이득이라는 반응이다. 질병관리청 통계에 의하면 1인당 하루 빵 섭취량은 2012년 18.2g에서 2020년 19.4g으로 6.6% 증가했다.

과거와는 달리 빵에 대한 수요가 다양화된 것도 빵 택배 문화가 활성화된 원인이다. 소비량도 늘었지만 빵 소비에 익숙해지면서 재료 구성도 세분화되고 있다. 다이어트·건강관리 등을 이유로 저당(底糖)이나 무당(無糖), 글루텐 프리나 우유와 버터 등 유제품이 들어가지 않는 채식 빵 등 성분을 따지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런 빵을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곳이 늘었다.

인터넷 카페와 SNS를 통해 병아리콩으로 만든 빵을 판매하는 최모(30)씨는 “사실 밀가루와 버터와 설탕이 잔뜩 들어간 제과류는 건강식품이라고 할 수 없는데 건강하게 이를 대체해 섭취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하지만 동네에서 빵집을 하기엔 대중적이지 않으니 인터넷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탄고지(저탄수화물·고단백질) 식단을 2년째 실천하고 있는 오모(32)씨는 동네 빵집에 발을 끊은 지 벌써 3년째다. 오씨는 “키토제닉의 경우 탄수화물 절제가 식단의 가장 큰 핵심이기 때문에 일반 빵은 입에 대기가 어렵다”면서 “탄수화물 대신 병아리콩 등의 대체재로 만든 빵을 인터넷에서 사서 먹고 있다”고 말했다.

‘빵 택배’가 유행이 되자 빵집 소비도 양극화되고 있다. 유명 제과점의 경우 매출이 더 늘어나는 구조이나 상대적으로 동네 빵집에서의 소비는 줄어들고 있어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서울시 제과점의 지난해 1~5월 폐업 건수는 1963건으로 신규 인허가 건수(743건)의 2.6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가 가장 큰 경쟁자였던 과거와는 달리 이젠 소비자들이 택배로라도 맛있는 빵을 먹겠다고 할 정도니까 실력이 없는 동네 빵집은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가 되고 있다”면서 “생존을 위해서는 끊임없이 개발을 해야 버틸 수 있는 시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