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의 남자’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tvN 드라마 <일타스캔들>에서 주인공인 ‘수학 일타강사(1등 스타 강사) 최치열’에겐 이런 별명이 붙었다. 드라마 속에서 한국 사교육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주인공이 창출해내는 연 수입이 1조원에 달한다는 설정 때문이다.

사교육 업계에서는 현실 속 일타 강사를 둘러싼 현실을 잘 담아냈다는 반응이 나온다. 인터넷 강의 수강생들은 강사진을 보고 업체를 선택한다. 강사 1인이 소속 기업의 주가를 좌지우지하고 1년에 수백억원이 넘는 천문학적 수입을 거두게 한다.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차기 BTS를 발굴하기 위해 전국을 순회하듯 교육업계에선 ‘제2의 현우진’을 찾기 위해 오디션까지 열고 있다.

◇ ‘추정 연봉 300억대’ 현우진 “떠날 수도” 한마디에 메가스터디 주가 급락

지난해 교육업체 메가스터디교육(215200) 주가는 수학 일타 강사 현우진씨의 거취 문제로 롤러코스터를 탔다. 작년 6월 10일 이 회사 주가는 장중 9% 이상 떨어지다 7.35% 하락하며 거래를 마쳤다. 주가에 악재가 된 것은 현 씨의 한마디였다. 그가 전날 라이브 방송에서 “재계약을 안 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밝힌 것. 같은 해 10월 메가스터디교육이 현씨와 재계약 한다고 공시하자 주가는 5% 이상 상승했다.

메가스터디교육 측은 현씨와의 재계약 사실을 공시하면서 “당사의 재무제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항으로 공시한다”고 밝혔다. 강사 한명의 계약 여부가 회사의 주가를 휘청이게 할 뿐 아니라 실적이나 보유 현금도 좌우할 수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메가스터디교육은 2021년 기준 매출이 7040억원을 기록했는데 강사료로 1384억원을 썼다. 영업이익은 990억원이다.

교육업계에선 인터넷 강의 업계를 통틀어 온라인 수강생 수 1위를 기록 중인 현씨의 연봉이 300억대에 달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현씨는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수학과 출신으로 2014년 메가스터디에 합류해 전국적인 스타 강사로 떠올랐다. 수학에 자신 없는 중하위권 학생부터 성적 기준 상위 0.1% 학생을 위한 다양한 커리큘럼을 보유하고 있고 교재의 완성도가 높은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현씨가 회사와 계약을 통해 받는 연봉 이외에 교재 판매와 외부 강의로도 강의료와 비슷한 수준의 수익을 내고 있다고 업계에선 추정한다. ‘한국에서 제일 부유한 1988년생’이란 별명을 얻은 그는 2017년 분양가 250억원에 달하는 서울 강남구 최고급 빌라 PH129(펜트하우스 청담)를 대출 없이 현찰로 매입해 화제가 됐으며 2021년에는 일본 현대미술 작가 쿠사마 야요이 작품 120억원어치를 샀다.

수학 일타 강사 현우진/메가스터디 캡처

◇ 아이돌 뺨치는 일타강사...인기에 따라 수입 결정돼 학원에 슈퍼甲 되기도

일타강사는 단순히 학원에만 소속된 것이 아니라 자신이 고용한 직원들과 개인 연구실을 운영하며 스케줄 및 인강과 교재 등 콘텐츠 제작 과정 전반을 관리한다. 마치 연예인과 비슷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업계에서는 평균적인 일타 강사의 연봉 수준은 100억원대로 추산한다. 실력에 따라 수입이 결정되는 터라 월급은 별도로 정해져 있지 않고, 학생들이 학원이나 인강(인터넷강의) 사이트에 지불한 강의료 일부를 일타 강사가 챙기는 정률제 방식이다. 수익 배분 비율은 인강이냐 현장강의(현강)이냐에 따라 다르다. 인강에서는 온라인 강의 플랫폼과 강사가 대략 7대3 비율로 수강료 수익을 나누며, 현강은 강사 6, 학원 4로 나누는 것이 보통이다.

대치동에서는 ‘현강 정원 250명’이 일타 강사 기준으로 통한다. 수강료는 주 1회당 7만~8만원씩 월 30만원 정도로, 일타 강사는 보통 매월 8개 이상 강의를 진행한다. 단순 계산하면 월급 약 3억6000만원, 연봉 30억~40억원을 버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고 일타 강사들은 슈퍼갑(甲)이기 때문에 강사 9 학원 1, 강사 8 학원 2 비율 계약도 흔하다”면서 “이름난 강사들은 경쟁사들 사이에서 어떻게든 모시려고 혈안이니 여기저기 제안을 받으며 몸값을 높인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수학강사 공개선발 오디션/대성마이맥 캡처

◇ “제2의 현우진 찾아라” 인강업체들 오디션 열고 전국 출장도

강사진의 인기도에 따라 매출이 좌우되는 만큼 인강 업체들은 ‘제2의 현우진’ 발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입시 업계에서는 특히 수학 강사 발굴이 화두다. 문·이과 통합수능으로 입시에서 수학의 중요성이 더 강해지고 있어서다.

입시 인강 2위 업체인 대성마이맥은 지난해 스타 강사를 뽑기 위해 공개 오디션 형식으로 ‘’대한민국 수학강사 공개선발 Math Korea2(이하 ‘매쓰 코리아2′)’를 개최했다. 1차 서류 심사, 2차 비대면 온라인 시험, 3차 강의 영상 제출, 4차 현장 강의 및 심층면접 등 총 4단계의 걸친 까다로운 심사 끝에 최종 우승자 1명과 차순위 입상자 1명이 최종 선발됐다. 이들을 대성학원에서 데뷔시킨 다음 스타 인강 강사로 키워내겠다는 목표다.

3위 업체인 이투스의 경우 본사에 강사 발굴팀이 따로 있어 전국 학원가로 스타 강사가 될 자질을 가진 사람들을 발굴하기 위해 방방곡곡 출장을 다니기도 한다. 일타 강사의 천문학적 수익이 화제가 되자 인강 강사 지원자 자체도 과거와는 달리 많이 늘었다는 것이 업계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타 강사는 0.1%도 안 되는 극소수이고 사실 학원 강사 자체는 업무 강도가 높고 임금이 낮아 인기가 높지 않은데 요즘은 일타강사 자체를 꿈으로 삼고 도전하는 사람들이 늘었다”면서 “혼자서 수십억, 수백억을 벌 수 있는 직업이 많지 않다 보니 많이들 꿈을 가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