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식 투자에 실패해 억대의 손해를 입은 20대 자영업자 송모(33)씨는 갑자기 숨이 안 쉬어지거나 눈앞이 어지러워지는 등 공황장애에 시달리다가 올해 초 정신과를 찾았다. 송씨는 “투자에 실패한 뒤 혼자 다시 일어서보려고 했지만 일도 손에 안 잡히고, 대인관계가 많이 줄어들어 고민을 털어놓을 곳도 없었다”며 “최근에 병원에 가 약을 처방받고 꾸준히 상담을 해 증상이 조금은 호전되고 있는 편”이라고 털어놨다.

코로나19로 취업시장이 위축돼 구직에 실패한 취준생 류모(28)씨는 불면증과 불안장애를 겪다 지금까지 해오던 아르바이트도 그만뒀다. 류씨는 “정상적인 생활을 해오던 중 지난해 초쯤 ‘지금 취업을 하지 못하면 평생 백수로 지내야 한다’는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을 만나지 못해 세상에 나 혼자 있는 기분까지 들었다”며 “매번 고배를 마셔 자존감도 떨어지고, 극단적 선택을 고민할 만큼 마음이 망가졌다. 결국 부모님과 대화를 나눈 뒤 지난해 중순부터 꾸준히 심리치료를 받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 이후 공황장애나 불안장애를 앓는 20~30대 환자 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질환을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국가가 나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국민관심질병통계에 따르면 국내 공황장애 환자 수는 2019년 18만2725명에서 2021년 22만1131명으로 약 21% 증가했다. 2018년에서 2019년 사이 8.4% 늘어나는 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증가 속도가 빨라졌다.

20~30대 환자 수가 가파르게 늘어난 영향이 컸다. 2030세대 환자 수는 2019년 6만1401에서 2021년 7만5776명으로 23% 늘었다. 전체 환자에서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33.6%에서 34.2%로 늘었다. 반면, 40~50대 환자 수는 지난 2019년 8만4489명에서 2021년 9만8912명으로 17%가 늘었으나 증가 속도가 20~30대보다 더뎌 전체 환자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6.2%에서 44%로 소폭 축소됐다.

그래픽=손민균

환자 수가 늘어나다 보니 요양급여비용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 2019년 공황장애 요양급여비용은 약 650억원이었지만, 2021년에는 863억원으로 56.9% 증가했다. 이중 2030의 요양급여비용은 2019년 약 245억원에서 333억4953여만원으로 36% 증가했다.

2030세대의 ‘사회적 불안감’은 불안장애와 불면증 환자 수치에서도 드러난다. 2030세대 불안장애 환자 수는 2019년 16만2845명에서 21만8144명으로 34%의 증가율을 보였다. 요양급여비용도 2019년 563억11만원에서 2021년 799억8638만원으로 42% 증가했다. 2030세대 불면증 환자도 2019년 9만8130명에서 10만1857명으로, 요양급여비용은 2019년 118억5457만원에서 150억573만원으로 각각 3.8%, 26.5% 늘어났다.

마음을 다스리는 콘셉트의 애플리케이션(앱) 이용자 연령에서 2030세다가 차지하는 비중도 늘어났다. 디지털 마케팅 솔루션 업체 메조미디어가 발표한 ‘MZ세대 건강관리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기준 마음챙김 명상 앱 ‘마보’의 이용자 연령 중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5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MZ세대의 평균 영상 시청 시간은 32분으로 다른 연령층에 비해 3배 이상 길게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상채팅을 통해 타인과 심리워크숍 등을 진행할 수 있는 ‘트로스트’는 이용자 중 2030 세대가 67%에 달하기도 했다.

LG유플러스의 사내 명상 프로그램 ‘U+人 수련 클라스’에서 직원들이 가부좌 자세를 틀고 명상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제공

2030세대가 코로나19 기간 공황장애에 노출된 주된 요인으로 경기 위축으로 인한 취업난과 최근의 금리 상승과 주가·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투자 수익률 하락,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대면 소통 단절 등이 지목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고 관계를 가지면서 우울감이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코로나 블루’가 찾아오고 장애까지 유발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2030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경쟁사회에 보다 많이 노출된 상태에서 경제적 불안·취업난·번아웃 등을 한꺼번에 마주하다 보니 더욱 불안증이 심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인이 늘어날수록 사회가 병들어간다. 하지만 신체적 건강 관련해서는 정부차원에서 지원을 많이 해주지만, 정신 건강과 관련해서는 그렇지 않은 실정이다”며 “정신질환은 음성적으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정부차원에서 지원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적극적으로 제도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