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지역 숙원 사업인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좌초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무총리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환경연구원(KEI)이 “설악산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는 부적절하다”는 최종 의견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강원 양양군이 추진 중인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를 반대하는 환경·시민단체 회원들이 2일 원주지방환경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앞서 이들은 지난달 26일 양양 한계령을 출발해 인제와 횡성을 거쳐 원주지방환경청까지 7박 8일간 135㎞를 걸어서 이동하는 도보순례를 했다. /연합뉴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0일 전북도청에서 열린 제3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환경은 자연을 활용하면서 보존하는 것”이라며 “사업이 반드시 진행되도록 환경부에 확인하겠다”고 했다. 환경 관련 국책연구기관들이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하면서 오색케이블카 사업 추진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연구원 “원형 보존이 우선 적용되어야…케이블카 설치 부적절”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환경연구원과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국립환경과학원·국립공원관리공단, 기상청 산하 국립기상과학원 등 기관 5곳으로부터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삭도 설치사업 환경영향평가서(재보완) 검토 의견’을 제출받았다.

이 의원에 따르면 환경연구원은 “오색삭도(索道·케이블카)가 설치되는 지역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백두대간 보호지역 핵심구역, 생태자연도 별도관리지역인 동시에 전 국토의 1.65%에 불과한 국립공원 공원자연보존지구에 속하는 지역”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환경 영향을 고려할 때 원형보존이 우선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공간”이라며 “자연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큰 삭도를 설치하는 것은 부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두고 지자체와 환경단체가 대립한 쟁점 중 하나는 산양 등 멸종위기종 보호 대책이다. 양양군은 “산양 서식지이기는 하지만 교란 영향은 적을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양양군은 재보완서에서 “사업노선은 법정보호종의 번식 및 상시 서식하는 주요 서식처보다는 이동로와 먹이섭식처로 이용되는 지역”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청에서 열린 제3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가장 오른쪽은 김진태 강원지사. /연합뉴스

그러나 환경연구원은 의견서에서 “추가 현지조사 결과 상부 정류장 구역과 북측 능선부에서 담비, 삵의 다수 서식흔과 상부 정류장에서 산양의 집중적 서식흔이 확인됐다”며 “산양은 공사시 소음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문헌조사에서 확인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업 예정지가 산양의 서식지를 단절할 수 있다고 봤다.

환경과학원도 “공사시 소음에 의한 서식환경 영향은 명확할 것”이라며 “(준공 후) 운영 시 상부 정류장은 자연 상태의 산림생태계 내부에서의 밀도 높은 인간 활동으로 인한 간섭이 유발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상부정류장을 산양 서식지 핵심구역에서 떨어진 곳에 지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국립생태원은 “영향이 예상되는 법정 보호종(삵, 담비, 하늘다람쥐 등)과 관련하여 저감방안이 대체로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도 “인위적인 간섭으로 산양, 담비 등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양군은 산양과 식생 보호를 위해 상부 정류장 위치를 해발 1480m에서 1430m로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경우 백두대간 핵심구역 훼손이 더 커진다는 예측 결과가 나왔다. 환경연구원은 “이번 환경영향평가서(재보완)는 환경영향평가서(보완) 대비 지형 훼손이 오히려 증가한 계획”이라며 “급경사 산지부 공사에 따른 백두대간 핵심구역 훼손이 과도하게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이은주 의원은 “양양군이 제시한 재보완 대책으로는 설악산국립공원 자연생태계나 자연경관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저감할 수 없다”며 “환경부는 양양군의 재보완서에 대해서도 부동의(재협의) 결정을 내리는 게 상식적인 판단일 것”이라고 했다.

오색케이블카 조감도. /조선DB

◇설악산에 3.5㎞ 케이블카 설치하는 사업…8년 째 ‘공전’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는 강원 양양군 오색약수터~끝청 구간 3.5㎞를 곤돌라로 연결하는 사업이다. 설악산에는 1971년 8월부터 설악동에서 권금성 사이 1.1㎞ 구간에 케이블카가 설치돼 운행 중이다. 강원도가 1982년 설악산에 두 번째 케이블카를 설치할 수 있도록 정부에 요구하면서 논의가 시작됐다.

양양군은 2010년부터 이 사업을 추진했다. 두 차례 부결이 된 끝에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8월 국립공원위원회가 조건부 승인했다. 하지만 2016년 12월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가 문화재 현상변경안을 부결하면서 사업이 멈춰 섰다. 케이블카가 환경과 동식물 서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2017년 11월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받았으나, 2018년 환경부 환경정책제도개선위원회가 이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권고했다. 이어 2019년 9월 원주지방환경청이 자연 훼손이 우려된다며 환경영향평가에 부동의하면서 오색 케이블카 사업은 전면 백지화됐다.

그러나 양양군은 이에 반발하며 같은 해 12월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2020년 12월 행정심판 청구를 인용했다. 사업이 재추진할 수 있는 결론이 나오자, 원주지방환경청은 양양군에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삭도 설치사업 환경영향평가서’ 재보완을 요구했다.

양양군은 지난해 12월 28일 재보완한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했다. 원주지방환경청은 5개 전문기관에 재보완서에 대한 검토를 맡겼고, 제출받은 의견을 종합해 오는 3월 초 협의 의견을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