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박모(31)씨는 최근 퇴근할 때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는 대신 걷는 일이 늘었다. 하루에 1만보를 걸으면 각종 앱에서 주어지는 포인트로 500원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박씨는 때때로 할당량인 만보를 채우지 못한 날에는 휴대폰을 손에 쥐고 흔들어서라도 걸음 수를 채우고 있다.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경기침체가 지속되자 MZ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가 앱테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앱테크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과 재테크의 합성어로 앱을 활용해 포인트나 우대금리 등을 적용받는 상품을 의미한다. 진입장벽이 낮고 여러 종류의 앱을 사용하면 한 달에 많게는 100만원이 넘는 수입을 올릴 수 있어 ‘쏠쏠한 부업’이라는 반응이다.

토스 제공

8일 토스에 따르면 ‘토스 만보기’ 앱은 이미 작년 기준 누적 사용자수가 400만명을 돌파했다. 사용자 휴대폰에서 측정된 걸음수와 위치 정보에 따라 보상을 제공하는 식이다. 1000걸음, 5000걸음을 완료하면 각각 10원씩 얻을 수 있으며 1만보를 걸으면 20원을 받을 수 있다. 토스에서 지정해주는 장소에 가면 하루 최대 140원까지 모을 수 있다.

걸음수에 따라 우대금리가 쌓이는 적금 상품도 나왔다. 우리은행은 지난 1월 12일 최고 연 11%의 ‘데일리워킹 적금 시즌2′를 내놨다. 설문조사를 통해 포인트를 얻는 앱은 만보기에 비해 보상폭이 크다. 설문조사 앱 ‘오베이’는 제휴사 설문조사에 응답하면 회당 30~1000포인트의 리워드를 지급한다. 이 리워드는 오베이 앱 내의 오베이샵에서 커피 등 기프티콘을 구매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1만원 이상 모이면 현금 출금도 가능하다.

앱테크를 잘 활용하면 한 달에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인증글도 재테크 카페 등에 자주 올라온다. 이렇게 SNS 홍보를 겸하면 추가 포인트를 받을 수 있고, 꾸준히 출석체크와 이벤트 참여를 하면서 수십개의 앱을 동시에 활용하는 요령이 필요하다.

지난해 11월 앱테크로 약 87만원의 수익을 올린 직장인 이모(33)씨는 “그냥 습관처럼 휴대폰을 켜놓고 이벤트와 출석체크를 반복하고, 블로그에 추천인 아이디를 홍보하는 걸 꾸준히 2~3년 하니까 한 달에 기본적으로 수십만원씩은 수익이 생긴다”면서 “따로 시간을 내지 않고, 어딜 가지 않아도 휴대폰만 있으면 되니까 부업으로 쏠쏠하다”고 말했다.

참여 조건이 따로 없이 휴대폰만 있으면 되니 참여율도 매우 높다. HR테크 기업 인크루트가 지난해 ‘앱테크’ 참여도와 참여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성인남녀 1707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75%가 현재 앱테크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해본 경험이 없는 응답자는 25.0%였다. 성인남녀 4명중 3명은 앱테크를 해본 셈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시간낭비’라는 회의적인 반응도 나온다. 큰 수익을 올리는 것은 소수에 불과하고 대다수 사람들의 경우 들이는 시간 대비 수익이 크지 않아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직장인 성모(38)씨는 “요새 앱테크랍시고 휴대폰을 손에서 못떼는 사람들을 많이 봤는데 거기에 일일이 시간과 신경을 쏟을바엔 자기개발에 힘쓰는게 훨씬 생산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