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10세대가 거주하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아파트는 반포역에서 가까운 ‘113동’에서 사평역 인근 ‘144′동까지 거리가 751m다. 걸어서 11분이 걸린다.

113동에서 약 2km 떨어진 음식점에서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배민)으로 음식을 시키면 같은 아파트 주민들은 동일한 배달료를 낼 가능성이 높았다. 입점업체가 배달료를 ‘동(洞)’별로 설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민이 지난 1일 도입한 ‘거리별 배달료’를 적용하면 113동과 144동 주민의 배달료는 달라진다. 음식점이 기본배달거리 1km에 500m당 500원 할증을 선택할 경우 113동에서 751m 떨어져 있는 144동 주민들의 배달료는 할증이 되기 때문이다.

배민에 새로 생긴 ‘거리별 배달료 부과 기능’을 두고 자영업자들과 소비자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 소비자들은 배달료가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배민의 '거리별 배달팁' 설정 화면. /배민외식업광장 캡쳐

배민이 거리별 배달료를 추가한 건 기존 배달료 책정 체계를 보완하기 위해서다. 배민은 입점업체에 망원1동은 1500원, 망원2동 2000원처럼 동별로 배달료를 매기도록 설정해뒀다. 때문에 실제 거리가 멀어도 같은 동에 속한다는 이유로 배달료를 적게 받거나, 가까운데도 많이 받는 사례가 생겼다.

요즘 대부분의 음식점들은 배달기사를 직접 고용하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배달대행업체에 수수료를 지급하고 쓴다. 수수료는 통상 배달기사의 주행거리 기준으로 책정되는데, 배민 앱에서 소비자에게 노출되는 배달료 부과 기준은 동(洞)별로 돼 있다 보니 점주들의 불만이 컸다.

유료광고를 이용하는 입점업체를 대상으로 새롭게 도입된 거리별 배달료는 입점업체와 배달지 간 직선거리를 기준으로 배달료를 부과할 수 있게 했다. 택시처럼 기본배달거리를 1~3km 범위 내에서 설정하고 추가 거리에 대해 할증요금을 매길 수 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백모(55)씨는 “주문량이 적은 요기요는 거리별 배달료를 설정할 수 있어 배민에도 해당 기능이 적용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서야 도입됐다”며 “행정동별로 요금을 정하면 같은 동이어도 먼 곳에 있는 곳은 가기가 부담스러웠었는데, 장사하기가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반면 음식점 업주들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직선거리와 실제 주행거리 간 차이가 크면 소비자에게 받은 배달료와 배달대행업체에 내는 수수료 간 차이가 벌어지고, 이는 업주의 손실로 돌아온다.

일상 회복이 본격화되면서 배달 서비스 수요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소비자에게만 해당돼도 배달료가 인상되면 배달 앱 전반에 대한 인식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작년 12월 배민, 요기요, 쿠팡이츠 등 배달 앱 사용자(MAU)는 2310만명으로 1년 전보다 166만명 줄었다.

지난달 6일 한 배달노동자가 서울시내에서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뉴스1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거주하는 자취생 이모(31)씨는 “안그래도 난방비랑 가스비가 올라 부담스러운데, 단골집의 배달료가 올랐다. 시간이 없어 배달을 애용했는데, 이제는 정말 줄여야 하나 고민된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배달료 기준 변경에 대해 “업체에게는 좋은 일일 수도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배달비를 더 내야 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배민 측은 “입점 업체 사장님들이 거리별로 배달료 부과를 선택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늘린 것이지, 배달료 인상 개념은 아니다”라며 “기존 행정동 기준의 한계로 정확한 배달팁 설정이 어려웠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음식점과 행정동은 다르지만 직선거리는 가깝다면 거리별 배달료로 인해 오히려 배달료가 내려갈 수도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은 배달료가 인상된 업체가 반, 인하된 업체가 반이라고 치면 전반적으로 올랐다고 생각한다. 물가가 전반적으로 인상되는 상황 속에서 제도의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오히려 공급자에게 바람직하지 못하다”면서 “한 번 거리별 배달료 기준을 설정하면 지역별 기준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한 것도 사실상 선택권을 제한한 것이고, 시장 경제 원리에 맞지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