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한국과 브라질의 경기가 열린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 붉은 악마들이 브라질에 대량 실점을 허용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연합뉴스

6일 오전 5시. 싸락눈이 흩날리는 서울 광화문광장을 붉은악마들이 지키고 있었다. 이날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대한민국 대 브라질 경기에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 대 4로 지며 8강 문턱에서 미끄러졌다. 경기 결과는 큰 골 차 패배였지만 이날 광화문광장에 거리응원을 나온 시민들은 “잘 싸웠다”며 태극전사들을 격려했다.

이날 오전 5시 브라질에 4골을 연이어 내준 전반전이 끝나자 광화문광장에 나왔던 시민 중 일부는 하나 둘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하프타임이 끝나고 후반이 시작됐지만 요란스러운 함성은 듣기 어려웠다. 패색이 짙어지자 거리응원 분위기도 가라앉았기 때문이다. 이따금 응원단인 붉은악마가 구호를 외치며 단체 응원을 유도했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다만 상대 득점 기회가 생길 때면 시민들은 두 손을 맞잡고 간절히 한 골을 바라는 눈빛으로 대형 스크린을 응시했다. 후반 1분 손흥민의 골문 앞 쇄도나 후반 35분 조규성의 강한 슈팅이 득점으로 이어지지 못했을 때 시민들은 허리를 뒤로 젖히며 아쉬워했다. 후반 29분 이강인이 교체 투입되자 어떤 이들은 “강인아 보여줘”라고 외치며 분위기 반전을 기원했다.

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대한민국 대 브라질 경기에서 후반 31분 백승호 선수의 만회골이 터지자 거리응원에 나선 시민들이 열광하고 있다./김태호 기자

답답했던 시민들의 골 갈증을 풀어준 건 백승호였다. 후반 20분 교체로 경기장을 밟은 백승호는 후반 31분 브라질 수비 사이를 헤집는 12.3m 중거리 슛으로 골망을 뒤흔들었다. 백승호의 통쾌한 만회 골에 앉아서 경기를 보던 시민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성을 내지르며 손뼉을 쳤다. 한 시민은 백승호의 골 직후 “내가 이걸 원했다니까”라고 말하며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전반의 대량 실점을 뒤집지 못한 채 경기는 1 대 4로 마무리됐다. 국가대표팀의 선전을 기대했던 시민들은 내심 아쉬워하며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브라질의 벽을 실감했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 안산시에서 온 임우빈(25)씨는 “예상대로 브라질은 강했다”며 “세계 최강다운 경기력이었다”고 했다.

한편 시민들은 12년 만의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뤄낸 태극전사들을 향한 응원도 잊지 않았다. 경기 성남시에서 온 김기덕(18)군은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브라질을 상대로 열심히 싸웠다”고 전했다. 출근길에 광화문광장에 들러 경기를 지켜본 박정은(25)씨는 “16강에 올라온 것만으로도 우리에게 큰 선물을 안겨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4년 뒤를 기약하며 광화문광장에 쌓이는 흰 눈을 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