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10년 전만 해도 다들 공인전문검사 인증 제도에 관심이 없어서 ‘검사면 그냥 검사지, 이런 걸 뭐하러 하냐’고 타박했어요. 오히려 주무 부서에서 공적서를 내달라며 검사들에게 부탁했으니까요.”

최근 법조인의 ‘전문 분야’가 중요해지면서 공인전문검사 타이틀을 따려는 검사들이 늘고 있다. 공인전문검사 인증 제도가 도입된 2013년만 해도 검찰 내부에서 별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분위기였다면, 이제는 검사들이 커리어 관리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검찰의 한 간부는 “검사들이 벨트를 따려는 이유가 범죄에 전문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검사들의 퇴직이 빨라지면서 변호사 생활을 준비하기 위한 것도 있다”면서 “새로운 분야를 만들어서 도전할 수도 있고 최근 인공지능(AI)이나 종교 분야 등을 개척하려는 검사들도 있다”고 했다.

공인전문검사는 각종 분야에서 전문성을 지닌 검사에게 수여하는 자격이다. 날이 갈수록 다양화·전문화하는 범죄 양상에 대응, 수사 인력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검사 전문화 방안’의 일환으로 도입됐다. 검사들이 특수·공안 등 특정 선호 보직에 연연하지 않고 다양한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꾀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이른바 ‘검은 띠’에 해당하는 1급(블랙벨트)은 2급(블루벨트)을 보유한 검사만 신청할 수 있다. 전문 분야 전담 경력과 복무평가 등 대내외적 평가를 근거로 최고 수준의 전문성을 지닌 검사에게 블랙벨트가 주어진다. 현재까지 블랙벨트를 취득한 검사는 총 7명이다.

지난해에는 천기홍 대구지검 인권보호부장이 강력 분야에서 첫 블랙벨트를 취득했다. 2016년에는 문찬석 법률사무소 선능 변호사(당시 광주지검 순천지청장)가 시세 조종 분야, 이종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유사수신·다단계 분야, 박현주 창원지검 전주지청장은 성범죄 분야에서 최초로 블랙벨트를 받았다.

블루벨트는 ▲경제(횡령, 배임 등) ▲성 관련 범죄 ▲증권·금융 ▲피해자 보호 ▲법무·법제 ▲공판·송무 ▲환경 ▲식품·의약품 등의 분야에서 250여 명의 취득자가 나왔다. 블루벨트 대상자를 선정할 땐 전문사건 처리 실적, 우수 수사 사례, 학술 실적 등 전문 지식과 실무 경험 보유 정도를 기준으로 심사한다.

검사들이 공인전문검사 타이틀을 따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최근 중대재해나 공정거래, 지식재산권(IP) 등 특정 분야의 전문 인력을 원하는 클라이언트(고객)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로펌에서 영입을 담당하는 한 변호사는 “지식재산권과 공정거래법 등 전문 분야를 가진 판·검사들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며 “과거와는 다르게 단순히 ‘전관 출신’이라는 타이틀만으로는 변호사로서 강점이 없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사법시험을 통해서만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던 때와 달리 로스쿨 제도 도입 후 공대 출신 등 다양한 전문 인력이 변호사 시장에 유입되면서, 클라이언트가 바라는 ‘변호사의 모습’이 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대형로펌들은 특정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판·검사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올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로펌들은 산업 안전과 중대재해 분야에서 벨트를 취득한 검사 출신들을 대거 영입했다.

최근 블루벨트를 취득한 한 부장검사는 “최근에는 검사들이 주도적으로 자신만의 커리어를 만들고 벨트를 취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