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응원단 ‘붉은악마’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2022 카타르 월드컵 거리응원을 펼칠 수 있게 됐다. 우루과이와의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을 이틀 남겨두고 서울시가 광화문 광장 사용을 승인하면서 자영업자들은 월드컵 특수를 기대하는 한편, 거리응원으로 손님 발길이 뚝 끊기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조별리그 대한민국과 스웨덴의 경기가 열리는 18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시민들이 거리응원을 위해 자리잡고 있다. /뉴스1

22일 서울시는 붉은악마가 제출한 광화문 광장 사용 신청서를 조건부 승인했다. 앞서 대한축구협회는 이태원 압사 사고 추모에 동참하겠다며 거리응원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붉은악마 측은 자체적으로 광장 사용 승인 신청서를 관할 구청인 종로구청에 제출했지만, 지난 21일 거부당했다. 붉은악마는 바로 다음 날 보완계획서를 제출했으며, 종로구청 측은 재심의를 거쳐 이를 조건부 동의로 통과시켰다.

붉은악마 측은 서울시에 안전관리인력을 150명에서 340명까지 증원하겠다고 밝혔으며, 주 무대를 세종대왕 동상 앞이 아닌 육조광장에 마련하겠다는 등의 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이들의 신청서를 조건부 승인하면서 거리응원 당일 종합상황실을 운영하고, 버스 무정차 통과 등 대책을 세울 예정이다.

카타르 월드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 이후로 처음 맞는 대규모 스포츠 행사인 만큼, 그간 매출에 타격을 입었던 자영업자들은 대체로 ‘가뭄의 단비’를 반가워하는 분위기다. 거리응원이 월드컵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킬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일부 요식업체들은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종업원 확충에 나서고,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는 등 손님맞이에 분주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이모(45)씨는 “거리응원이 월드컵 분위기를 달구는 역할을 해왔다. 우리나라가 탈락해도 다른 국가의 경기가 있을 때까지 손님들이 지속적으로 가게를 찾도록 만들어준다”며 반겼다.

다만 이모씨는 거리응원이 허용됐다고 해도 이번 월드컵 땐 실내 응원이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거리 응원이 다소 촉박하게 확정된 점과 추워진 날씨, 대규모 인파를 걱정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되레 가게를 찾는 손님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소셜미디어(SNS)에 자영업자들의 월드컵 이벤트 관련 게시물들이 올라오고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서울의 주요 번화가의 주점들은 발 빠르게 ‘대한민국 득점 시 무료 안주’ 등 월드컵 이벤트를 마련해 플래카드를 내걸고 홍보에 나섰다. 각종 소셜미디어(SNS)에는 ‘붉은색 옷을 입고 오면 주류 1병 무료’나 ‘승리팀 맞추면 안주 1개 무료’ 등 월드컵 이벤트를 홍보하는 자영업자들의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으며, 자영업자 카페에도 월드컵 이벤트에 대해 문의하는 글도 다수 게시되고 있다.

경기도 안양시에서 호프집을 운영하고 있는 정모(38)씨는 “매장만이 할 수 있는 현장 이벤트를 고민하다 주류 1+1 이벤트를 하기로 결정했다”며 “조금이라도 더 많은 손님을 받기 위해 대형 스크린도 설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자영업자는 축구 팬들이 거리응원에 나가게 되면서 가게를 찾는 손님의 수요를 빼앗길까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요식업체 운영자는 “거리응원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소식을 듣고 배달·방문 수요가 몰릴 것을 예상해 평소보다 재료 주문을 늘렸는데 걱정이다”며 “혹여나 거리응원으로 손님들이 광화문을 제외한 다른 지역은 안 찾게 될까 긴장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배달업체의 파업도 불안 요소다. 지난 21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 등으로 구성된 쿠팡이츠 공동교섭단은 축구대표팀의 첫 경기 날인 24일부터 집중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포장 방문이 일정 비율을 차지하는 실내응원과는 달리 대다수가 배달 수요인 거리응원의 특성상 자영업자의 피해는 뻔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요식업계 관계자는 “월드컵 특수가 걸려있는 24일부터 파업을 한다는 것은 자영업자들을 볼모로 잡겠다는 것”이라며 “파업이 월드컵 특수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일부 고객들이나 자영업자들이 불편함을 겪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