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주세요!” “사람 죽어요!”

핼러윈 데이 축제를 맞아 수십만 명의 인파가 몰렸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는 순식간에 비명과 울음이 가득한 아비규환의 현장으로 뒤바뀌었다.

소방당국에 이태원에 숨을 쉬지 못하는 시민이 있다는 신고가 처음 접수된 건 29일 오후 10시 24분쯤이었다. 이후 수십 건의 비슷한 신고가 잇따라 접수됐다. 이태원 중심에 있는 해밀턴 호텔 인근 골목 일대에서 100여명이 연쇄적으로 넘어지는 사고가 벌어진 것이다.

지난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아 인파가 몰려 대규모 인명사고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윤예원 기자

소방당국은 오후 10시 43분쯤 대응 1단계를 발령한 데 이어 11시 13분에 대응 2단계, 11시 50분에는 대응 3단계를 발령했다. 서울의 119구급차 52대를 포함해 전국에서 142대의 구급차를 동원하는 총동원령이 내려졌다.

29일 늦은 밤 이태원 일대는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었다. 소방차와 경찰차가 도로를 가득 채우고 있었고, 이미 수십 구의 시신이 거리에 늘어져 있었다. 소방당국이 공식적으로 밝힌 사망자는 아직 없다. 다만 호흡곤란으로 심폐소생술(CPR)을 받는 시민이 수십 여명에 달해 사망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소방당국은 사상자가 대략 100여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의 피해자는 20대로 확인되고 있다. 소방당국이 현장에 집계하고 있는 인명피해 상황판에 따르면 CPR을 받고 병원으로 이송된 환자 대부분이 20대였다. 상황판에는 열여섯 여학생도 CPR을 받고 병원에 이송된 것으로 집계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축제를 즐기기 위해 이태원을 찾은 시민들은 충격에 빠진 모습이었다. 가로수에 몸을 기댄 채 호흡곤란을 호소하거나 거리에 쓰러진 일행의 손을 잡고 울부짖는 사람도 있었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과 경찰관들은 쏟아지는 환자들을 CPR하며 병원으로 이송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한 시민은 “이런 건 말이 안 된다”며 “이건 재난”이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사고 현장을 목격한 A(24)씨는 “사람들이 깔린 뒤에 급하게 CPR을 하거나 의료진을 찾았지만 이미 늦었다”며 “사람들이 서로 밟히고 밟혀서 순식간에 이리저리 뒤틀리고 얼굴이 까맣게 변했다”고 했다.

또다른 목격자인 B(22)씨는 “같이 있던 친구가 행방불명이 돼서 찾아다니고 있다”며 “인파에 쓸리면서 깔려 있는 사람이 많았고, 호흡이 힘들어하던 사람들도 많았다”고 했다.

경찰은 해밀턴 호텔 골목의 경사진 언덕에서 사고가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경사진 골목 위쪽에 있던 시민이 돌아가겠다며 뒤에 있던 사람을 밀치다가 아래쪽으로 사람들이 쭉 쓰러져 압사하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SNS) 등에서는 유명인이 주점에 왔다는 소식 때문에 사람이 몰려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일단 확인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