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경기도 평택에 있는 SPC 파리바게트 제빵공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후 SPC 계열사에 대한 불매 운동이 계속되고 있다. SPC 가맹점주들은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말을 아끼고 있다. 가맹점주들은 “말을 하면 사태가 더 심각해질 뿐”이라며 “이제는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지난 23일 서울의 한 파리바게트 매장 모습./뉴스1

지난 15일 SPC 제품 반죽 등을 만드는 관계사 SPL 경기도 평택 공장에서 20대 근로자가 기계 안으로 상반신이 들어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SPL이 사고 이후 현장에 천을 둘러놓은 채 다른 기계에서 작업을 진행하거나 고인의 장례식장에 파리바게트 제품을 보낸 사실이 알려져 여론의 몰매를 맞기도 했다.

사고 이후 SPC 계열사를 피하게 됐다는 소비자들은 회사의 대처가 실망스러웠다고 입을 모았다. 설상가상으로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통해 안전 강화에 힘쓰겠다고 공언한 지 이틀만인 지난 23일 또 SPC 계열 공장에서 근로자의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가 일어나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직장인 김모(29)씨는 “SPC에서 고인의 장례식장에 파리바게트 빵을 두고 갔다는 기사 등을 보면 사람의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또 사고가 일어났다니 그동안 회사가 근로자 안전을 얼마나 뒷전에 뒀는지 알만하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모(30)씨도 사고에 대한 기사를 접한 후 누군가가 SPC 계열사를 정리해서 올린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물을 눈여겨보게 됐다고 했다. 그는 “사고 이후 그 계열사 브랜드를 피하게 되는 건 사실이다. 불매 운동에 앞장서거나 주위 사람들에게 그만 소비하자고 설득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기 전에 한번은 망설이게 된다”고 말했다.

이번 불매 운동으로 SPC 계열사의 가맹점주만 피해를 보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프랜차이즈업 특성상 매출 감소의 직격탄을 맞는 쪽은 SPC 본사가 아닌 가맹점이기 때문이다. 국내 파리바게트 가맹점은 3400여개 정도로 알려졌다.

이날 조선비즈가 만난 서울 시내 파리바게트 가맹점 점주들은 대부분 말을 아꼈다.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한 파리바게트 가맹점에서 일하는 직원은 “지난주 이후 매출이 줄어든 것이 느껴진다. 손님이 뚝 끊길 정도로 상황이 어려워진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한 파리바게트 가맹점 직원 역시 “매출이 감소한 건 맞다. 심한 곳은 매출이 평소에 비해 30%(퍼센트) 정도 떨어졌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파리바게트 가맹점주협의회 측은 지난 23일 입장문을 내고 “회사(본사)에 이번 사고에 대한 철저한 원인분석과 그에 따른 책임자 처벌, 안전경영강화 계획의 충실한 이행을 촉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분노가 생업을 이어가는 일반 가맹점들에게는 큰 고통이지만, 그 고통이 안전한 일자리를 만들어 달라는 고객들의 질타보다 크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SPC그룹은 가맹점에 대한 피해보상에 대해 점주들과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PC그룹은 가맹점주들과 만나 지난 20일부터 식빵, 단팥빵 등 완제품에 한해 반품처리 하기로 했다.

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본사와 회의를 통해 가맹점주들에 대한 피해보상 방안을 마련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일차적으로는 완제품 일부 품목에 대한 반품 요청을 받고 있고, 이를 확대할 방안을 매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사고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불매 운동이 계속되면 결국 소상공인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